■ 文정부 핵심정책 '요란한 빈 수레'
지난해 대면회의·정책제안 全無
文대통령, 2년간 회의 주재 안해
위원회측 "자문기구일뿐" 해명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지난해 저출산위가 제안한 정책은 0건이며 대면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는 2017년 첫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인구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지만 콘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위의 대면회의는 한 차례도 없었고 정책제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에 작성한 ‘제3차 기본계획’ 수정안과 관련해 정부위원과 민간위원들 간에 4차례 서면이 오간 게 전부다. 2018년에도 1년 내내 정책안건 심의를 위해 개최된 회의는 2번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저출산위는 실행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나 정책제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위 측은 “지난해 민간위원들이 정책 방향과 내용을 토론했지만 보건복지부·국토부·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의견조율을 하지 못했고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식안건으로 심의에 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리더십에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저출산위 사무처가 출범한 2017년에 위원장인 문 대통령이 민간·정부 위원들과 함께 모여 첫 회의를 주재했지만 이후 2년간 위원장의 주재회의는 없었다. 심지어 부위원장 자리는 지난해 9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기 만료로 떠난 후 지난달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명되기 전까지 4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제안을 했지만 대부분 총선 준비를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위가 정책 총괄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이 인구 자연증가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1월의 경우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 줄어든 2만3,819명에 그쳤다. 48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다자녀 혜택과 관련해서도 사업장·지자체·기관별로 기준이 달라 민원이 쏟아지지만 저출산위는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저출산위 측은 “실행기구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며 “관계부처·지자체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을 만들어도 무용지물”이라고 해명했다./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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