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해외직구 인기 품목
주름·시력·성기능 개선 주장
뒷받침하는 연구결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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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는 성장호르몬은 성장호르몬의 ‘회춘’ 기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에 회춘 기능이 있을까.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하정훈 교수는 “세계 내분비학계에선 나이가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근거로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워 1990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 연구는 90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린 미국 위스콘신 의대 대니얼 러드먼 박사팀의 논문이다. 연구팀은 특별한 질환은 없지만 성장호르몬 농도가 줄어든 61~81세의 남성 2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12명)에만 6개월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시행했다. 그랬더니 해당 그룹에서만 체지방이 3.5㎏ 줄고 근육량과 허리뼈 골밀도가 증가했다. 이 밖에도 성인이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체지방과 나쁜(LDL) 콜레스테롤이 줄고 근육량과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정도의 효과는 검증됐다.
하지만 업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성장호르몬 보충으로 흰 머리가 검어지거나 주름, 시력, 성 기능이 개선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는 없다. 더구나 성장호르몬의 노화 억제 효과를 ‘대규모’ 임상으로 입증한 결과물도 나와 있지 않다.
효과 입증된 성장호르몬 치료법은 주사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부분도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들어낸 성장호르몬을 피하지방에 주사하는 방식에 한한다. 그래야 성장호르몬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간을 거쳐 성장인자인 IGF-1이 된다. IGF-1은 신장·심장·근육 등으로 이동해 근육 발달을 돕고 지방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성장호르몬은 경구용 제제도 없다. 길병원 피부과 김희주 교수는 “세계 제약업계에서 성장호르몬의 경구용 알약 개발에 도전했지만 알약이 위에서 분해·소화되는 바람에 혈액까지 침투하는 단계는 실패했다”며 “그만큼 주사 외의 방법으로 성장호르몬 농도를 높이는 게 쉽지 않은데 바르는 제품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성장호르몬 영양제(경구용)’ 콘셉트의 제품이 다수 출시되긴 했지만 정확히는 성장호르몬이 아닌 ‘성장호르몬 생성 촉진 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대진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L-아르기닌·L-히스티딘·L-트립토판 등은 성장호르몬 촉진 성분으로 국내에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성장호르몬 치료는 의학계에선 대상군을 엄격히 제한한다. 장기간 과다 투여하면 혈당을 올려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대장암 등 일부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그 대상군은 누굴까. 하 교수는 “두부 외상이나 뇌 수술을 받고 뇌하수체가 손상을 입었거나 뇌하수체 종양으로 성장호르몬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 한해 성장호르몬을 주사하는 게 치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 공장’인 뇌하수체 이상일 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르는 성장호르몬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처럼 피부가 얇고 접히는 곳에 바르면 성장호르몬이 혈관까지 스며든다”는 내용으로 광고되고 있다. 심지어 이 제품의 해외직구 사이트에선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승인돼 안전하고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성장호르몬’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조성훈 교수는 “이 제품(바르는 성장호르몬)은 FDA로부터 승인(approved)된 것이 아닌 등록(registered)만 된 상태로, 제품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체 사이트에는 이를 알리는 문구(SOMADERM is not FDA Approved)가 적시돼 있다. 조 교수는 “등록과 승인은 효과 입증 여부에서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승인되지 않은 제품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숙면, 유산소 운동 땐 성장호르몬 증가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가 아니라면 두 가지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첫째는 숙면이다. 푹 잘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돼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연구가 많다”며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아침에 일어날 때 햇살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눈에 햇빛이 들어오면 16시간 뒤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면서 숙면을 부른다.
둘째는 유산소 운동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빠르게 걷거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1시간씩 주 4회 이상 하는 게 도움된다”고 권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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