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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 추진에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사그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원포인트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설 구상이지만 백악관의 기류를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한미 외교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北에 신뢰 잃은 美 “북-미 협상 죽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최고위 외교고문들에게 “11월 대선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 CNN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미 협상에 대해 “죽었다(dead)”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온 ‘톱-다운’ 방식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 “나는 그(김 위원장)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man of his word)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스톡홀름 노딜 이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에 기대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 같다’는 협상 실무단의 의구심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자들을 통해 북한이 설령 비핵화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는 것.
이 같은 백악관의 기류는 북-미 협상이 대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빅딜’이 성사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방어전 치르듯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이 정상회담을 위해서 먼저 허들을 낮출 생각이 없다, 아무 사전합의 없이 정상회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앞으로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지 않겠나 싶다”고 설명했다.
● 北 코로나 이후 도발 재개?…벽에 부딪힌 독자 남북협력 구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공산이 커지면서 ‘톱다운’ 협상 재개를 요구해온 북한이 잠행을 깨고 다시 미국에 대한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다시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위협행동을 재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는 동안 핵 무장과 핵능력을 최대화해서 향후 미국과 마주앉았을 때를 위한 레버리지를 축적하는 시기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우위가 김 위원장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연내 북-미 대화 재개가 무산되면 ‘하노이 노딜’ 이후 2년 가까운 대화 공백 속에 2018년 이후 이어진 비핵화 협상의 기본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대 고비’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도 지난달 7일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매개로 북한을 계속 설득하는 동시에 북-미 대화 동력 확보를 위해 백악관도 설득하는 ‘투 트랙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돌입하면서 청와대는 정상회담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 참석차 방한한 앨릭스 웡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는 이날 최영준 통일부 정책실장을 만나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을 둘러싼 한미간 미묘한 간극은 여전한 상황. 통일부는 이날 면담 결과에 대해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동시 진전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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