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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때문에 못해먹겠다"…`충복` 美법무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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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으로 불려온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사진)이 로저 스톤 재판에 대한 개입 논란이 확산되자 돌연 트럼프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섰다.

바 장관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법무부 업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비평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가 맡고 있는 범죄 사건에 대한 트윗을 멈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바 장관이 최근 주위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법무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 장관이 그동안 로버트 뮬러 특검과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을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비호해왔다는 점에서 백악관의 사법 개입 논란을 둘러싼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위장 항명'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옛 참모이자 유명 정치 컨설턴트인 스톤이 최대 9년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불거졌다. 스톤은 지난 대선 당시 발생했던 민주당 해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회 위증을 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7~9년이 구형됐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불공정 재판이라고 맹비난했고, 이어 법무부도 구형량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수사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스톤은 1980년대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등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얼굴을 문신할 정도로 '골수' 공화당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처음 권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지난 대선 당시 선거캠프의 실질적 수장으로 대선 전략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다. 재판 과정에서 '플리 바게닝'에 응한 다른 참모들과 달리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을 분위기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바 장관이 백악관 지시에 따라 구형에 개입했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의회가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단 민주당은 다음달 31일 바 장관을 하원에 출석시켜 이번 사건을 추궁하기로 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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