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아이폰 생산 차질에도
올해만 11%, 1년새 주가 110% 뛰어
‘미·중 휴전’에 4분기 최대 실적
웨어러블+서비스 성장동력 안착
팀 쿡 애플 CEO.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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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질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멈출 수 없었다. 중국에서 아이폰 생산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지만 애플 주가는 오히려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올랐다. 지난달 말 잠시 주춤했던 애플의 주가는 지난 12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인 327.2달러까지 뛰었다. 이후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보다 여전히 11%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때 전면 폐쇄됐던 중국 내 애플스토어는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매장의 문을 다시 열었다.
애플의 주가 상승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애플 주식은 지난 14일 기준 3억4188만달러어치(약 4044억원)다. 1년 전(1억3247만 달러)과 비교하면 2.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만일 지난해 첫 거래일에 애플 주식을 샀다면 현재까지 수익률은 약 110%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60%)을 크게 웃돈다.
애플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국내 코스피 시장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1511조원)보다 많다. 애플의 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지난 14일)은 1조4220억 달러(약 1680조원)에 이른다.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되찾기도 했다.
애플의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를 고비로 바닥을 치고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이 회사의 매출액은 918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특히 에어팟·애플워치 등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기기) 부문의 매출은 1년 전보다 37% 늘어난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255억7000만 달러)은 같은 기간 9.5% 늘었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호조(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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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를 하면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보고하는 것에 가슴이 설렜다”며 “아이폰11과 아이폰11프로 모델에 대한 수요가 강력했고 서비스 부문(애플뮤직·애플TV 등)과 웨어러블의 실적이 사상 최고였다”고 말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이폰 등) 애플 기기와 서비스 부문 간 시너지(상승효과)가 핵심 성장 동력”이라며 “아이폰 매출도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턴어라운드(실적 호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애플은 비대면 수요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자의 외출 자제가 실내 엔터테인먼트 수요로 이어져 서비스 매출이 기기 매출 부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애플 고성장의 비결은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애플의 실적은 부진하고 주가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사실상 휴전에 들어가면서 애플의 실적은 급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애플로선 최대 변수였던 셈이다. 중국 정보통신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출하량은 320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18% 넘게 늘었다.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면서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9년을 맞는다. 잡스에 이어 쿡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애플의 주가는 7배로 상승했다.
잡스 떠난 뒤 주가 7배로 … 혁신 없이도 ‘조용한 제국’ 일군 쿡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 회계연도(지난해 10월~올해 9월) 애플의 매출액은 2844억 달러로 전망된다. 잡스가 생존했던 마지막 해(2011 회계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2.6배로 커진다는 의미다.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란 기업이 위축되기는커녕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1 회계연도 매출액은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앨라배마 농촌 지역 출신의 쿡은 2011년 8월 CEO 취임 이후 조용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년 동안 애플을 취재한 언론인 린더 카니는 『팀 쿡(2019)』이란 책에서 “쿡은 회사 내부에 모종의 문화혁명을 일으켰다”며 “사내 분위기는 더 이상 냉혹하지도 살벌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고 소개했다. 쿡은 아이폰과 같이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아이폰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IBM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효율적으로 부품 공급을 관리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저스트 인 타임(적기 생산)’에도 강점을 보였다. 6년 전에는 미국 대기업 CEO 가운데 이례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팟·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잡스 시절엔 없었지만 이제 애플의 주력 사업이 됐다. 지난해 선보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애플TV 플러스도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헬스케어(건강관리) 부문도 애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쿡은 지난해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헬스 케어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다”며 “나중에 돌아보면 애플의 인류에 대한 최대 공헌은 헬스케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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