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현재 13.16달러 |
미국 은행업계에 큰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 핀테크 기업이 대형 인터넷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한 마디로,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는 셈이다.
1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개인 간(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은 보스턴에 기반을 둔 인터넷은행 라디우스를 1억8500만 달러(약 2200억7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핀테크 기업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관리를 받는 전통 은행을 인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테라펀딩’이 ‘카카오뱅크’를 인수하는 격이다. 렌딩클럽의 라디우스 인수 절차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최대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렌딩클럽은 2007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로, 지난해 중개한 대출 규모는 약 123억 달러였다.
렌딩클럽이 대형 인터넷은행을 인수할 정도로 성장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렌딩클럽은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2014년 기업공개(IPO)까지 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2016년 르노 라플랑셰 렌딩클럽 창업자의 부실 대출 주선 파문으로 한때 큰 위기를 겪었다. 당시 렌딩클럽 이사회 내부감사 결과, 라플랑셰 회장이 220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부당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자신이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회사 대출을 인수한 펀드에 투자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P2P 대출 사업 모델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P2P 대출 중개업체들은 각종 재무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는 전통 금융기관과 달리, 기초적인 자료만 공개하면 됐다. 대출 자산의 건전성 등을 파악하기에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충격파로 렌딩클럽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상장 직후 28달러로 치솟았던 주가는 한때 4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겨우 회복해 18일 종가는 13.16달러, 시가총액은 116억 달러를 나타냈다.
1987년 문을 연 라디우스는 총자산 14억 달러의 대형 인터넷은행이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개인과 기업에 예금 및 대출 등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하고 있다.
렌딩클럽은 라디우스 인수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고객에게 은행계좌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제공하는 등 수익 다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스콧 샌본 렌딩클럽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대출 업무와 예금 업무의 결합이 허용된 것”이라면서 “업계의 수익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으로서의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수수료 없는 주식거래 서비스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핀테크 스타트업 ‘로빈후드’, 잭 도시 트위터 CEO가 2009년 설립한 핀테크 기업 ‘스퀘어’ 등도 은행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주 스타트업 ‘배로머니’는 FDIC로부터 인터넷은행 면허를 승인받았다.
[이투데이/김서영 기자(0jung2@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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