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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맛좋고 값좋은 커피…강산 두번 변해도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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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바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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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페 뎀셀브즈를 찾았다. 10여 년 전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과 함께.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오페라 케이크를 커피와 함께 판매하던 곳이었다. 인근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스터디를 빙자해 카페를 찾았던 옛 추억이 지나갔다.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잊고 있던 카페 뎀셀브즈. 며칠 전 지인이 맛있는 원두를 샀다고 나눠줘서 자세히 살펴보니 뎀셀브즈의 원두였다. 원두는 향과 맛이 모두 좋았다. 예가체프 중에서도 과실의 매력이 단연 돋보이는 콩이었다. 생두 선택은 탁월했고, 균일하게 로스팅해 콩의 풍미를 잘 살리고 있었다. 원두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집이었다. 원두를 좀 더 사기 위해 뎀셀브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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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뎀셀브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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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도착한 뎀셀브즈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픈한 지 18년이나 지난 이곳은 아직도 건재했다. 치킨집보다도 폐업률이 높은 업종이 카페인데, 어떻게 이곳은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냈을까. 잘되던 때도 있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비결이 궁금했다.

입지 면에서 뎀셀브즈는 그리 탁월한 곳은 아니었다. 개발된 을지로 오피스 권역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었고, 건너편 삼일빌딩은 공사 중이었다. 입지 덕이라기보다는 뎀셀브즈였기에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찬찬히 매장 내부를 살펴보니 메뉴의 구성과 가격이 '매출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자릿세는 2000원

건물 밖에 쓰인 문구처럼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2000원이 할인됐다. 20%가 아닌 2000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2000원만 내면 됐다. 점심시간 회사원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자릿세를 낼 필요가 없는 그들은 많은 유혹을 이기고 이곳까지 내려올 법했다.

많이 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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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받는 본점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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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원두 가격도 매력적이었다. 원두 한 봉(150g)에 단돈 1만원. 가격이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품질도 훌륭했다. 좋은 생두를 대량으로 수매하고, 열풍식 로스터기를 사용해 겉과 속을 균일하게 로스팅하고 있었다. 연간 300t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쓰인 홈페이지 문구가 떠올랐다. 이곳은 대량으로 커피를 생산해 나 같은 일반 소비자까지도 좋은 콩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제대로 한다

원두를 사고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할까 고민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케이크를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세트 메뉴를 시켰다. 7800원짜리 커피&케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직원은 쇼케이스에서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고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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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의 매력이 있는 다크 브라우니 치즈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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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해 보이는 다크 브라우니 치즈케이크를 골랐다. 하얀 크림 아래 치즈케이크와 브라우니가 차곡차곡 올려져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단면을 잘라 떠 먹으니 의외의 조합이었다. 달지 않은 하얀 크림.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사워크림과 치즈케이크, 초코 브라우니의 밸런스가 좋았다. 진정한 단짠이었다. 보기에만 예쁘게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재료의 배합 비율을 잘 지켜 만든 디저트였다.

보는 것보다 먹었을 때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곳. 참으로 커피업의 교과서 같은 곳이었다. 커피로 입가심을 하며 공간을 둘러보는데 "이제는 새로운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드는 길을 가고 싶다"던 김세윤 대표 이야기가 떠올랐다. 힘을 축적하던 거인의 진격이 시작된 것일까?

항상 도전한다

"지난 18년간 확장하지 않았어요. 우리만의 내실을 다지고 또 다졌죠. 그 내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좀 더 많은 분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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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셀브즈 찾아가는 길.


그 첫 발걸음은 문정동에 위치한 한양타워였다. 뎀셀브즈 문정점은 법조타운 신축 건물 1층 로비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입점 당시 건물주는 카페 브랜드 색채가 지나치게 강하면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했다. 건물에 녹아들면서도 업력이 탄탄한 업체를 찾았고, 그렇게 뎀셀브즈가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건물의 정체성을 고려해 그에 맞게 설계된 뎀셀브즈 문정점은 조경이 우수한 건물의 장점을 살려 그린월(Green Wall)을 설치하고, 편안하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카페가 건물의 밖과 안을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점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였지만 맛과 퀄리티는 한결같았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고 앞서나갔던 뎀셀브즈. 베이커리 카페가 없던 시절 그들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었고, 바리스타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 바리스타들을 대회에 내보내고 지원해 바리스타들의 사관학교가 됐다.

"이제는 카페가 모든 공간의 컨시어지가 되는 시대잖아요. 우리의 본질은 잊지 않되, 건물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더 많은 사람들 일상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김세윤 대표 이야기가 머리를 스쳤다.

회사 바로 옆 건물에 뎀셀브즈의 새로운 매장이 곧 생긴다던데, 아침에 이 커피를 들고 출근하게 될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18년 동안 한국 커피의 정석을 써 내려갔던 뎀셀브즈. 그들이 앞으로 쓰게 될 이 책의 새로운 페이지가 궁금해졌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 열심히 다니며, '커통세(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를 씁니다."

※ 더 도어(The Door)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입니다.

[박지안 리테일 공간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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