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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기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시대의 술`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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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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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맞고 지금은 다르다."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 하지 않아서 그나마 마음 한편에 안도감이 들지만,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극명한 문화 차이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들린다.

'휴대전화를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뜻에서 지금 젊은 세대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부르기도 한다. '그땐' 백색전화로 통신을 처음 접한 세대이고, '지금'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는 세대다.

이들과 우리 기성세대들 사이에는 4차 산업혁명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문화의 벽이 쌓였다.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극명한 간극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스무 살이 돼 처음 술을 접하는 이에게 '술은 역시 소주부터'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를 홀로 외치는 꼰대가 될 것이다.

지구상에 대한민국만큼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국가는 없을 것이다. '우연도 신의 뜻'이라 한다. 우리는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 그 어떤 나라도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경험해보지 못했을 성취를 이뤄왔다.

1960년대 초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그 이전은 전형적 1차 산업 구조 형태의 국가였다. 1차 산업을 대표하는 주류는 막걸리였다. 농경 문화에서 필수적 요구 사항인 협업(두레)을 기반으로 산업이 발달했다. 제조 방법의 간편성, 원료 조달의 수월성, 공동체 문화의 대표성으로 인해 막걸리는 1차 산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 됐다.

농업사회에서 경공업으로 이전하는 그다음 단계에서는 새로운 패턴의 주류 문화가 잉태된다. 노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공장이라는 폐쇄적 공간으로 들어가고 '끼리'의 집단성을 가진 성과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질퍽한 막걸리보다 깔끔하고 쉽게 취할 수 있는 증류주 타입의 술이 요구됐다. 정부도 이에 부응해 막걸리 생산을 제한하고, 소주 생산을 권장했다. '우리가 남이가'와 '취하러 마시자'의 구호는 공업 산업에서 조직원의 일체감을 나타내는 주류 문화가 됐다.

그다음 중공업·건설업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류 욕구는 고급화됐다. 1970년대 후반 본격적인 맥주 시대가 꽃피고 소주와 위스키의 중간 형태인 기타재제주 위스키(위스키 원액 20% 미만에 주정을 첨가해 만든 위스키풍의 주류)가 소개됐다. 산업의 발전으로 경제가 윤택해지고, 경제의 글로벌화 또한 이뤄졌다. 산업화로 이룬 윤택해진 삶의 질로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주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전엔 특수층만 맛볼 수 있었던 고급 주류들을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보편화의 길로도 그 발을 내디뎠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와 발맞춰 주류 수입도 전면 개방되고, 다양한 종류의 주류들이 국내로 밀물처럼 소개됐다.

중공업 발전과 3차 산업인 정보기술(IT) 산업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위스키 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중공업, IT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위스키와 잘 결합되는 모양새였다. 대량 생산으로 동일한 맛을 내는 소주, 맥주 일변도에서 벗어나며 점점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 이런 부름에 1차적으로 위스키가 응답했다. 숙성 연도에 따라 맛과 향을 달리하는 위스키는 그 시절 좋은 술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환경의 변화)의 시대다. AI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4차 산업 시대는 개별적 다양성의 사회로 특정화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지식에 머무는 인텔리전시(intelligence)와 달리, 내가 배운 지식을 바깥과 연계하는 익스텔리전시(extelligence)가 중요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급속한 발전이다.

이제는 'good(좋은)'보다 'liking(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술을 마신다.

다양성과 보편성을 추구하는 4차 산업의 시대. 소비자들은 어떤 술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 소비자들은 와인을 시대의 술로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경험의 술은 바로 와인이 될 것이다.

장자는 말했다.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고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와인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서양 속담도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한 분야의 산업을 성공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는 좋은 와인과 같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전략가'로 통하는 게리 하멜 교수는 "혁신은 경험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경험은 오래된 와인과 같다. 산업도 오랜 경험자의 손끝을 거쳐야 명품으로 탄생하지 않을까?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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