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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코로나 확산에 최악위기 맞은 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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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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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정유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올해 초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가 컸지만 이번 사태로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 소비는 물론이고,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물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가 가장 큰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20일 정유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보다 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사스 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2003년 3월 당시 석유제품 소비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제품별 감소 폭은 항공유가 24%로 가장 컸다. 그다음은 휘발유로 20% 감소했다. 경유도 7.6% 줄었다.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석유제품 소비량은 전년 대비 각각 2.6%, 3.2% 감소했다. 한 정유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 여파로 육해공 모든 영역의 화물과 여객 운송이 급감하면서 항공유와 선박유뿐만 아니라 휘발유·경유 등 모든 종류의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방법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뿐"이라며 "90%대 중반으로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였던 정유공장 가동률이 최근 8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유제품의 수요 감소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유 총 소비량은 일당 10만6396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중국의 석유 소비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매출 중 55~57%를 수출로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해 자국 내 정유 공장 가동도 줄이고 있는 판에 중국에서 한국 제품을 수입하겠느냐"며 "현재 정유업계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호소했다. 그나마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 마진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달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배럴당 4.0달러를 기록해 전주(2.5달러)보다 1.5달러 개선됐다. 정제 마진은 지난달 둘째주 배럴당 0.2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매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석유제품 가격은 중국 감산에 따른 공급 감소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떨어지며 정제 마진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유가 하락은 결국 제품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석유 관련 국제기구들도 이달 들어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20% 가까이 하향 조정하며 "코로나19 발생이 이번 전망치 수정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2조1032억원) 대비 39.6% 줄어든 1조2693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전년(1조2342억원)보다 28.7% 감소한 8797억원에 머물렀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각각 21%, 29.7% 감소한 5220억원, 4492억원에 그쳤다.

최근 에쓰오일은 인력 운용 효율성 개선을 위해 5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최대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입금 상환 등으로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현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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