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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홍상수, 베를린서 `기생충` 열풍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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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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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맞은 '베를린국제영화제(베를리날레)'에서 '기생충'이 불씨를 당긴 한국 영화 붐이 지속될 수 있을까.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20일(현지시간) 개막했다.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네치아 페스티벌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영화 축제로 꼽히는 베를린영화제는 다음달 1일까지 열리며 올해 전 세계에서 총 340편을 초청했다.

영화제 꽃인 경쟁 부문에서는 18편이 경합한다. 한국 영화계 시선은 홍상수 감독(60)의 수상 여부에 쏠린다. 그는 이번 축제에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를 냈다. 홍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밤과 낮'을 시작으로 이번 작품까지 경쟁 부문에 총 네 번 초대받았다.

특히 그의 뮤즈 김민희(38)가 출연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는 67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도망친 여자' 또한 김민희 얼굴이 주로 담기는 작품이다. 그는 결혼 후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내 본 적이 없는 여자 감희로 분했다. 홍 감독은 감희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면서 겪는 미묘한 심경 변화를 묘사한다.

한국 영화는 베를리날레에서 숱하게 수상해왔지만 최고 영예인 장편 부문 황금곰상을 탄 적은 없다. 올해는 몇몇 지점에서 홍상수 감독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관측된다. 일단 영화제 자체가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점은 '도망친 여자'에 유리한 지점으로 해석된다. 이번 영화제 경쟁작 18편 중 6편이 여성 연출자 손을 탔다. '기생충' 이후 커진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도 긍정적 전망을 더한다.

'도망친 여자'와 경쟁을 펼칠 작품들은 사회적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가 많다. 3대 영화제 중 정치적 성향이 제일 강한 베를리날레답다는 분석이다. 여성 감독 엘리자 히트맨(41)의 출품작 '네버, 레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즈'가 대표적이다. 계획에 없었던 임신을 한 17세 어텀이 사촌 스카일라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페미니즘의 화두인 미혼모와 낙태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미국 감독 켈리 라이카트(56)의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미국 서부의 조금 다른 풍경을 담았다. 이 영화가 담는 서부에선 중국 이민자, 친구와 기업가를 찾는 외톨이, 과묵한 요리사가 떠돈다. 총 대신 꿀 한 스푼과 우유 한 통으로 꿈을 실현해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대안적인 '아메리칸 드림'이다. 라이카트 감독은 2016년 60회 런던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안기도 했다.

아시아 감독 중에선 대만 차이밍량(63)이 출품했다. 1994년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가 이번에 가져온 작품은 퀴어 영화 '데이스(Days)'. 큰 집에 혼자 사는 강 씨와 방콕의 작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논 씨가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는 과정을 느릿한 카메라 워크로 관조한다.

홍상수 감독이 대상을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베를린영화제는 홍상수 영화를 경쟁 부문에 네 번이나 초대했을 정도로 호의적으로 보지만 여지껏 연출로는 상을 준 적이 없다"며 "연출 스타일에 아주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이상 메이저 상을 받을 강력한 후보라고는 못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상태에서 영화제에 걸리는 것이라 조명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도망친 여자'는 오는 25일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세계에 처음 공개된다. 아울러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사냥의 시간'은 비경쟁 부문인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한국 최초로 초청돼 22일 첫 상영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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