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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트럼프 초강력 제재, 이란 양극화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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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인플레에 부유층 치부 쉬워져

부촌엔 문전성시 이룬 고급식당

시장엔 카페트 한 장 못판 상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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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강경 제재가 이란인들에게 끼치는 경제적 고통은 공평하지 않다. 테헤란 남부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이나 지방의 서민들은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실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 권력층과 인맥이 닿아 밀수 등의 방법으로 외국 물건을 들여올 수 있거나 달러나 자산을 갖고 있는 부유층들은 더욱 쉽게 부를 늘려가고 있다.

테헤란 북부의 부촌들에는 여전히 유럽식 고급 아파트와 쇼핑몰이 즐비하다. 고급 식당과 요즘 유행하는 물담배 바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급 식품 매장 등으로 인기가 높은 ‘팔라듐 몰’을 비롯해 대형 쇼핑몰에는 유럽 등지에서 들어온 명품들이 가득하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의 식당이나 바에선 화려한 색의 히잡(머리 스카프)과 파티에 어울리는 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서양 음식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적어도 이곳에선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 강남이나 유럽의 어느 대도시에도 처지지 않을 듯하다.

외국 관광객들과 서민들이 자주 찾는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의 사정은 다르다. 이곳에서 카펫을 파는 마지드는 ‘미국 제재 이후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지난 석달 동안 한 장도 팔지 못했다. 외국인들은 이란 여행을 취소하고 경제도 이렇게 나쁜데 누구한테 팔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제재는 정부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 돈 없는 서민들만 힘들게 하고 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제재를 통해 더욱 부자가 된다. 세계 곳곳에 부동산도 사고 해외 계좌에도 돈을 쌓아둔다.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주의나 정부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한가지 생각만 하게 된다. 어떻게 먹고사나 하는 걱정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경제난에 대해선 “미국과 이란 정부 모두 잘못이 있다”면서도, “미국은 압박하기만 하면 결코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제재를 통해 상대방 정부나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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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란 정부가 휘발유값 300% 인상을 발표하자, 지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제난의 고통이 특히 지방의 저소득층에게 가혹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위에는 전통적으로 현 신정체제의 주요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저소득층과 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군대가 진압에 나서 많은 사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은 배달 등 비정규 일자리라도 얻기 위해 꾸역꾸역 테헤란으로 밀려들고 있다. 대도시의 청년들 가운데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계층에선 아예 외국으로 떠나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테헤란/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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