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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청년층 보이콧’ 이란 총선서 반미 보수파, 테헤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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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90석 중 241석 확실시”

투표율 낮아 ‘반쪽 승리’ 지적



경향신문

이란에서 총선이 치러진 2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한 투표소 앞에서 투표를 마친 여성들이 지난달 3일 미군이 사살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초상화와 인주가 묻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테헤란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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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반미 성향 강경 보수파의 압승이 유력시된다고 이란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JCPOA) 파기와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 이후 강화된 반미 강경 노선에는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23일 현재 개표 중간 집계 결과, 전체 290석 가운데 당선이 확실시되는 후보는 241명이라고 보도했다. 당선 유력 후보 가운데 강경 보수파 후보는 191명인 반면, 중도·개혁파는 16명에 그쳤다. 특히 이란의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 배정된 30석을 모두 강경 보수파 후보가 차지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2016년 총선으로 구성된 현 의회에는 강경 보수파가 83명에 불과하다.

대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이란 총선은 주(州)별로 나눠진 선거구에 인구비례로 의석을 할당하고, 유권자는 투표용지 1장에 배당된 의석수만큼 후보 이름을 적어 낸다. 예컨대 30석이 배정된 테헤란에서는 후보 이름 30명을 써내는 방식이다. 당선자는 다득표 순으로 결정되지만, 득표율 20% 미만인 당선권 내 후보는 두 달 뒤 다시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이란 의회는 정당제가 아니어서 후보 간 이합집산을 통해 정파를 결성해 선거에 나서는데, 통상 보수파와 중도·개혁파로 분류한다.

이번 총선은 보수파 압승이 예견됐다. 우선 후보 자격을 관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중도·개혁 성향 출마자들을 심사에서 대거 제외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핵합의를 성사시킨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개혁파가 의회 다수를 차지했지만,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파기 이후 반미 정서가 강화되면서 강경파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보수파의 반쪽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40%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저치다. 이란 내무부는 투표 당일 세 차례 종료 시각을 연장했지만 투표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경제난·민생고,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 등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들끓었던 청년층 등 민심이 ‘보이콧’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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