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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핫이슈] `시진핑 방한` 이 와중에 꼭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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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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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따거(형님)'라고 불렀다.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도 그랬다. 민주화에 목숨을 걸었던 정치 선배에 존경을 표시한 호칭이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에 경외심을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권력서열 1위와 2위가 공식석상에서 한국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른다. 이 호칭 하나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아는가. 중국 장관이나 지방 성장들도 한국인을 대할 때 한층 공손해지고 겸손해진다. 꽉 엉킨 것같던 실타래가 술술 풀리기도 한다"

김하중 전 주중국 대사가 언젠가 했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정상회담이나 정상외교는 '긍정적 나비효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2003년 사스사태가 종료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그랬다. 2008년 쓰촨대지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지진현장으로 달려갔을 때도 그랬다. 그 때마다 한중관계는 눈에띄게 업그레이드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올해 상반기중 한국에 초대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중관계는 2016년 사드 배치와 함께 엉망이 됐다. 그후 시 주석은 한번도 한국에 오지 않았다. 이제 시 주석을 불러 그의 말·표정·몸짓 하나하나를 통해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켜보려는 생각은 이해가 간다. 문 대통령이 그와 나란히 서서 파안대소 하면 안 풀리던 일들이 술술 풀릴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거꾸로 향하고 있다. 잘 풀릴 것같던 일도 꼬여가고 있다. 시진핑 방한이 이뤄지기도 전에 '부정적 나비효과'가 여기저기서 꿈틀댄다.

지금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라는 화염에 휩싸인 불난 집이다. 그 불은 한국에도 옮겨붙었다. 당장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비상시국이다. 이런 판국에 시 주석을 무리하게 초대하려다 보니 문 대통령 태도가 저자세다. 그러잖아도 문 대통령은 2017년말 베이징대학에서 연설하며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했다. 며칠전 시 주석과 통화할 때에는 "중국의 어려움이 한국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국가 체면이나 국민 자존심은 염두에 두지 않는 대통령의 '참 겸손한 발언'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몸을 낮추니 장관들은 아예 납짝 엎드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중국인이 코로나19를 감염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에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일 때가 더 많다"고 했다. 발원지 중국은 제쳐놓고 우리 국민에게 화살을 돌리는 말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미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듯한 말투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6만명이 동의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장관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긴다. 그 사이 코로나19 대책은 엉망으로 꼬이고 있다. 방역망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시진핑 방한이 그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이라면 지금은 한·중 정상회담을 안하는게 낫다.

이웃간 도리로 봐도 그렇다. 중국은 지금 불난 집이다. 시 주석 스스로 '인민 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대재앙을 겪는 중이다. 이런 비상시국에는 "급한 집안일 먼저 처리하라. 약속은 뒤로 미뤄도 된다"고 하는게 정상이다. 불난 집에 대놓고 "우리 집에 오기로 했으니 꼭 시간 맞춰서 오라"고 졸라대면 기가찰 노릇이다. '지금 대체 뭣이 중한디?'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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