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통제예방센터 예산 깎았다” “2년 전에 전염병 전문가들 해고”
트럼프 “잘 통제 중” 트윗 불구 지역감염 현실화 땐 대선 치명타
2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각 주자들이 열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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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유행 조짐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대선 이슈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일주일 새 두 차례나 지역감염 우려를 제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 억제 실패하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로 미국 뉴욕증시가 연이틀 폭락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날을 세웠다. 24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CDC의 예산을 깎고 국제기구를 축소하려 했다”고 공세를 폈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트럼프가 2년 전 전염병 전문가를 해고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라면 중국에 전화해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중국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경선 선두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기후변화 문제와 같이 국제적 협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위기상황”이라며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에 소홀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TV토론 도중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CDC와 행정부는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만약 바이러스가 내일 사라지더라도 민주당은 우리가 형편 없고 무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초기 단계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을 거론하며 “당시 민주당은 ‘너무 이르다’며 반대했지만 옳은 결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
양측 간에 설전이 오갔지만 아직은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미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지역감염 단계도 아니어서 민주당 주자들의 공세는 일단 코로나 확산시 트럼프 정부의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역감염은 시간 문제”라는 보건당국의 경고가 나오면서 신종 코로나 이슈는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크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지역감염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의 지역감염이 현실화하고 사망자까지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뒷북 대응과 판단착오라는 격렬한 정치공세에 직면할 게 뻔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주가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치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다우지수가 전날 3.56%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3.15% 하락해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CDC의 극단적 경고가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다고 여기면서 주가 하락에 분개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의 위협을 애써 축소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적으론 대선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를 매우 단단히 억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미국 경제는 잘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한 셈인데, 달리 보면 백악관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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