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아베 총리 '한·중 입국 제한'에 일본 내에서 비판 목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 "일본 국내에 이미 감염 확산 상황…큰 의미 없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대책으로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입국 제한 카드를 내놓은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저녁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토록 하고 두 나라 국민에게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 매체는 아베 총리가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판단해 강행한 초중고 전면 휴교 조치와 마찬가지로 주먹구구식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5일 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본부의 전문가 회의에 참여하는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교수(바이러스학)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위험지역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은 감염증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위험지역이 동남아시아나 미국 등에서도 넓어지고 있고, 이들 지역을 전부 입국 제한지역으로 묶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라며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 회의에서 오시타니 교수는 일본 국내에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소규모 '감염자 집단'(클러스터)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 점을 들어 우선 국내 방역 대책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다니구치 기요스 미에(三重)병원 임상연구부장도 "사실상 입국 제한에 가까운 대책이지만 이미 국내에 감염이 확산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방역) 전략으로 국내 감염을 일거에 종식하는 단계라고 판단한다면 입국 제한이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그럴 경우엔 국내에서도 광범위한 외출 자제 등 한층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5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의 일본 항공사 안내문.



가토 야스유키 국제의료복지대 교수(감염증학)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신규 환자가 국내 감염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한정된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본 정부도 국내 유입 억제에서 국내 감염 확산 방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해왔다면서 방역 전략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 위화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은 '미즈기와'((水際·국내 유입 방지) 대책의 연장선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집권 자민당 내에서조차 아베 총리가 입국 제한 강화 조치와 관련해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대응이 잘못된 결과로 나타날 경우 아베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CG) [연합뉴스TV 제공]



자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선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그간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공항과 항만에서 막는다는 미즈기와 대책을 강조하면서도 올 4월로 예정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문제를 고려해 발원지인 우한(武漢) 등에만 제한적으로 입국 거부를 적용했다.

그러다가 전날 시 주석의 방일 연기가 발표된 직후 아베 총리가 한국을 함께 묶어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시 주석의 눈치를 보다가 실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금 타이밍에 돌연 코로나19를 내세워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실질적인 입국 금지를 하기로 한 것은 보수층의 요구에 응한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지지 진영에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parks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