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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전격 중단… 美대학농구도 광란 없이 무관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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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세계 스포츠 휘청]

유타 고베어 경기직전 감염 확진, 이상 증세 일주일 지나서야 검사

기자회견 땐 "바이러스 따위야…" 마이크·녹음기 만져 '처신 구설수'

NHL·MLB도 일정 변경 등 고민… PGA 마스터스 표값 폭락 직격탄

조선일보

12일 경기 연기를 알리는 전광판.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프랑스 출신 루디 고베어(28·유타 재즈)는 NBA(미 프로농구) 현역 최고 센터 중 하나다. 큰 키(216㎝)와 뛰어난 기동력으로 압도적 블로킹 능력을 과시하며 NBA 올해의 수비수상을 2년 연속(2018·2019) 받았다. 고베어는 이번엔 역사에 남을 블로킹을 했다. 그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NBA 정규 시즌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NBA 수퍼 전파자 고베어

12일(이하 한국 시각)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의 경기 전 풍경은 여느 때와 같았다. 유타 재즈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푸는 동안 관중이 입장했고, 장내 아나운서는 양팀 선발 명단을 발표하며 흥을 돋웠다. 갑자기 팀 닥터들이 심판진을 향해 맹렬하게 뛰어왔고, 심판진은 선수들을 라커룸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경기 시작 35분을 앞두고 "오늘 경기는 취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고베어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라는 소식이 코트에 막 전해진 것이다.

ESP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베어는 이날 오전 감기 증세가 나타났다. 팀 동료 이매뉴얼 무디에이(24)도 같은 증상을 보였고, 둘은 훈련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둘 다 양성. 양 팀 선수들은 즉각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이어 열릴 예정이던 뉴올리언스와 새크라멘토의 경기도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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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취소로 돌아가는 관중들 - 12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홈구장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 프로농구(NBA) 유타 재즈와의 정규리그 경기가 취소되자 관중들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 이날 경기 직전 루디 고베어(재즈)가 우한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결과가 전해지자 NBA는 경기를 취소하고 시즌을 전면 중단했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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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전파자'로 등극할 처지에 놓인 고베어의 부적절한 처신이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달 초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몸에 이상 증세를 느꼈지만 일주일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았다. 그 사이 클리블랜드(3일), 뉴욕(5일), 보스턴(7일), 디트로이트(8일), 토론토(10일)와 치른 경기에서 30분 이상씩 뛰었다. 심지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선 "바이러스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며 책상에 놓인 마이크와 녹음기들을 일일이 쓰다듬는 기행을 벌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증상 잠복기가 길고, 좁은 코트에서 흥건하게 땀 흘리며 몸싸움하는 농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리그 전체로 바이러스가 확산할 위험이 크다. NBA 사무국은 유타 재즈와 경기했던 다섯 팀 선수들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13일 단장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에 르브론 제임스(36·LA레이커스)는 "2020년을 취소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마크 큐번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는 "충격적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친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마비된 북미 스포츠

코로나 바이러스가 북미 대륙에 본격 상륙하면서 스포츠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미국 대학 농구 NCAA 토너먼트 경기는 재학생과 동문이 어울려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부른다. 하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마크 에머트 NCAA 회장은 "보건 당국 권고에 따라 남자부 68곳, 여자부 64곳의 우승 경쟁을 관중 없이 한다"고 밝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선 일단 콜럼버스 블루재킷츠와 새너제이 샤크스가 홈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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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개막하는 메이저리그도 고민이 깊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27일로 예정된 텍사스 레인저스 상대 홈 개막전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훈련장으로 바꿔 치르는 방안을 검토한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는 미국 내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한 시 당국 조치에 따라 홈구장 시범 경기를 취소했다. 사태가 악화할 경우 4월 4일 홈 개막전도 변경될 수 있다.

다음달 10일 개막하는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관람권 가격이 올해는 예년의 절반을 밑돈다. 가령 마스터스 1라운드 관람권은 3000~4000달러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1000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마스터스는 평생 관람권 소지자인 페이트런(patron) 4만여 명에게 표를 나눠 주고, 이 표를 일반 관람객들이 암표로 사는 방식인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제5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2일 플로리다주 개막을 앞두고 조건 없이 티켓을 환불해주기로 했다. PGA투어는 "13일에 투어의 대응책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매년 3월에 개최되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 농구 1부 챔피언십. 웬만한 프로스포츠를 능가하는 인기로 미 전역을 들끓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68개교가 출전해 단판 토너먼트로 승부를 겨루는 데다 매년 이변이 속출해, 미 전역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승패 맞히기 내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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