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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네덜란드 코로나19 대응 '미숙'…교민들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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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재채기만 해도 귀가, 병원은 열 나도 검사 안 해"

뉴스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번화가. 술집과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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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남부 틸부르흐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최근 자신과 네덜란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호' 확진자의 동선이 겹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네덜란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병원에 바로 가지 않고 '핫라인'으로 전화 상담을 시도했으나 의료진과 통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연결된 전화 상담 뒤 돌아온 답변은 "증상이 과하지 않다면 회사 출근이나 일상생활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베헬에 사는 다른 교민 B씨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에 다녀온 뒤 섭씨 39도의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지역 보건소에 신고했지만, "이탈리아에 다녀오지 않았으니 (코로나19) 검사를 해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보건소 측은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다른 곳에서도 B씨 정도의 증상만으론 검사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자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선 "네덜란드 당국의 코로나19 대처가 느슨하다"는 불만과 함께 "한국 정부의 투명하고 발 빠른 대처가 부럽다"는 얘기가 잇따르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틸부르흐 거주 50대 남성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로 17일 현재까지 모두 170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가운데 사망자는 43명이다. 확진자 수로만 따지면 전 세계 11위, 유럽 내 7위다.

그러나 네덜란드 당국은 "모든 사회가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 우린 일상을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불안 여론을 잠재우는 데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네덜란드 당국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노드브라반트주에선 지난 9일 주정부 당국이 관내 모든 학교와 회사에 공문을 보내 "학생 또는 직원이 가벼운 감기증상만 보이더라도 등교나 출근을 자제토록 하라"고 권고했다.

그 결과 에인트호번에서만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재채기만 해도 귀가 조치됐고, 교사들도 다수가 '병가'를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귀가 조치 소식에 회사 업무를 중단하고 서둘러 귀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경찰관인 비앙카는 "학교 측 결정을 이해는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나처럼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 부모는 모두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고등학교 교사 마리엔은 "아이가 열도 없고 재채기조차 하지 않았는데 단지 볼이 좀 빨개졌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갑자기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대체 학교에선 어떤 기준에 따라 이런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현지인들은 외신 보도를 통해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 등 코로나19에 관한 한국의 '선진적' 대처 소식을 접하면서 "지난 두 달 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는 동안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했냐"는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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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네덜란드 학생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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