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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육아 독박'에…'직장 갑질'에… 경단녀로 돌아서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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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아이 맡길 곳 없어…"
개학 연기로 보육 위해 퇴사
돌봄 휴가 내면 회사서 눈총
해고·권고사직 상담 2배 급증


파이낸셜뉴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학부모와 함께 돌봄교실을 위해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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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들어간 일자리인데…정말 속상하네요."(간호조무사 워킹맘 A씨)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일부 워킹맘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녀로 돌아서고 있다.

교육당국이 지난 17일 코로나19가 하향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해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2주간 추가로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이 걱정돼 개학 추가 연기를 환영하는 반면 더 이상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직장·자녀보육..기댈 곳 없는 워킹맘

19일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 경력 12년차 교사 B씨는 최근 퇴사를 결정했다. 두 아이 엄마인 B씨는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하기 위해 관련해 회사에 문의를 했지만 돌아온 건 더 많은 일거리였다. B씨는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조심스럽게 물어본건데, 사측이 대답은 않고 오히려 다른 직원들보다 당직을 더 많이 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붙이면서 다른 직원보다 더 일을 많이 주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일을 그만두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불안감을 느낀 임산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요청했으나 임금삭감을 하겠다는 사측의 답변을 들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들처럼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해 경단녀로 돌아서는 사례를 비롯해 추가로 연기되는 개학일정에 자녀 보육을 위해 퇴사를 선택한 워킹맘들의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은 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내 아이만큼은 눈치보지 않고 집에서 안전하게 보육하겠다'는 엄마들이 늘면서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A씨도 코로나19로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A씨는 "바이러스때문에 퇴사한다는 게 진짜 말이 안나오는 상황"이라며 "어린 자녀들을 두고 하루 하루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며 일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겨우 들어간 일자리인데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긴급돌봄 서비스에 자녀를 보내던 경북 포항시의 워킹맘 C씨는 포항 어린이집 교사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 퇴사를 결정했다. 육아휴직을 써보려고 했지만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마저도 불가했다. C씨는 "돌봄휴가에 연차에 이리저리 노력해봤는데 도저히 어려워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며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우리 딸 맛있는 밥 세끼 다 챙겨주고 더 잘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직장갑질 상담 급증

한편 지난 1~14일까지 직장인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1684건 가운데 623건이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전체 상담의 37%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은 코로나19로 직장갑질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623건 상담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은 무급휴가(275건)로 집계됐다. 이어 불이익(126건), 연차강요(91건), 해고·권고사직(76건) 등 이 뒤를 이었다. 특히 3월 둘째주 동안 접수된 '해고·권고사직' 관련 상담은 직전주 대비 2.6배나 증가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2월 하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코로나19 관련 직장갑질 제보가 3월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고용불안, 차별,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임금삭감, 무급휴직, 해고에 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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