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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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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숙박공유… 긱 이코노미 5억4000만명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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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요가 강사 이유림(28)씨는 지난 2월 수입이 60만원을 겨우 넘겼다. 평소 3분의 1도 안 된다. 이씨는 주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일감을 확보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종사자다. 별도의 요가 스튜디오를 차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찾은 고객 집을 방문해 시간당 5만~8만원씩 받아 벌이가 꽤 쏠쏠했다. 하지만 2월 초부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에 강의를 취소하는 수강생이 잇따랐다. 이씨는 "그나마 남은 수강생들도 온라인 화상 강의로 변경했다"며 "지금 상황이 길어지면 생계가 막막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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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럽 전역을 덮친 가운데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관광버스가 대형 마스크로 장식된 모습. 곁에 있는 배달원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6일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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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카풀·숙박 공유·실시간 음식 배달과 같은 신(新)산업으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씨처럼 긱 이코노미에 편승해 온라인으로 일감을 찾고, 원하는 만큼 일해 돈을 버는 사람의 수입이 코로나 영향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체 일감이 줄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성장해 온 긱 이코노미 업체도 위기 상황이다.

◇세계 5억4000만명 '생계 위기'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으로 비정규적인 일감을 찾는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는 5억4000만명에 달한다. 우버·에어비앤비·우아한형제들 처럼 최근 10년 동안 급성장한 신산업이 대부분 긱 이코노미를 핵심 사업 모델로 삼으면서 관련 종사자도 증가한 것이다. 국내에는 약 55만명(한국고용노동연구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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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코로나 영향으로 여행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숙박 공유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에어비앤비 분석 업체 에어디엔에이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중국 베이징의 에어비앤비 예약 건수는 1월 첫째 주(1월 5~11일)보다 96% 급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서울과 이탈리아 로마의 예약률도 40% 넘게 떨어졌다. 부산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김모(38)씨는 "2월부터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며 "월 150만~200만원 가깝게 올렸던 수익이 한 번에 없어진 셈"이라고 했다.

카풀 드라이버의 수입도 줄었다. 중국 시나닷컴은 최근 "코로나 이후 디디추싱 등 앱으로 호출을 받는 카풀 드라이버들은 하루 수입이 50위안(약 9000원)에서 100위안(1만7000원) 정도"라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승차 공유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서 목적지가 같은 승객을 함께 태우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장 이번 달 생계비 걱정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들도 많다. 국내 온라인 프리랜서 마켓 '크몽'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어 통번역' 카테고리의 거래가 11~1월 3개월 평균치 대비 50% 급감했다. 크몽 측은 "원래 중국에 진출하려는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이 프리랜서 통·번역을 많이 찾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비즈니스가 모두 끊기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앱을 통해 외국어 통·번역 일을 하는 이모(34)씨는 "한 건이라도 올라오면 일감을 차지하려고 평소의 절반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돼도 보상 어려워

현재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법적으로 준비된 나라가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발전으로 유연한 노동이 가능해졌지만, 오히려 양극화도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은 어떤 특정 조직에 속해 있지 않아 유급 병가를 얻기도 어렵고, 코로나에 감염돼도 의료보험을 보장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의 일반인 배송 아르바이트 서비스인 '배민 커넥트'나 쿠팡의 일반인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의 경우 자가 격리에 대한 보상안이 없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은 전문 배달 인력인 '배민 라이더스'들에겐 자가 격리 시 최대 2주간 약 81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긱 이코노미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성장 단계라 적자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이런 회색 지대에 있는 근로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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