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추진한 우리 외환 당국 관계자들 얘기다. 2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이 맺어진 과정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상당히 신속하게 액션을 취해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환율이 급등하는 등 달러 공급이 긴요한 상황이었지만, 미국도 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나타난 달러 부족 현상이 미국 주식시장 등 금융과 실물을 흔드는 바람에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었던 2008년 10월에는 사정이 딴판이었다. 당시 미국 금융시스템 부실로 금융 위기가 촉발됐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2008년 9월 초 달러당 1200원이었던 환율은 10월 초 1300원, 11월 초에는 1470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히 상승했다.
신제윤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등 국제 라인은 9월부터 미국 재무부 측에 수차례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며 우리나라를 통화 스와프 체결국에 끼워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워싱턴과 뉴욕으로 날아가 설득에 나섰다. 결단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내렸다. 스와프 계약 체결 직후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만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신뢰 관계를 갖고 있던 부시 대통령이 문제를 풀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엔 약간 달랐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파월 의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달 8~9일에도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전화 회의 때 재차 의견을 나눴을 뿐, 연준이 있는 워싱턴으로 직접 날아간 사람은 없었다.
이 총재는 "국제금융 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급증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기능이 제약받는 상황이 되고, 한 나라의 금융시장 불안이 다른 나라로 전이돼 전체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니까 미국이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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