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기 패소 승인 결정이 내려진 미국 ITC의 LG화학-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문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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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진행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내린 ‘조기 패소’ 승인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지난달 LG화학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는 21일(현지시간) 공개한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인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한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이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은 정당하다”며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논란의 여지가 없고,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직원의 PC 휴지통에서 발견된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는 ‘LG사’ ‘L사’ ‘경쟁사’ 등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여개가 나열됐다.
이 밖에도 LG화학 출신 직원이 2018년 작성한 내부 e메일에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의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관련 배합과 사양 관련 자료가 첨부돼 있었다.
미국 ITC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판결문 일부. 2018년 작성된 SK이노베이션 내부 e메일에서 LG화학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ITC 자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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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은 “증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전직한 직원들이 LG화학 고유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이 중 일부가 SK이노베이션에서 유사 업무에 배치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그들의 지식을 활용해 (생산)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채용 과정에서부터 (LG화학 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취득해 관련 부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widespread throughout its organization)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known by entities outside the organization),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potentially problematic from a legal standpoint)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고 소송의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ITC는 “이번 조기 패소 결정이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예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다음 달 17일까지 의의 신청을 검토해 받아들일지 결정하고, 오는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와 수입 금지 등 조치를 결정한다.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과 모듈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예비 결정 당시 “고객 가치와 산업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고,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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