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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채안펀드·증안펀드 조성… 금융시장 불안 진정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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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이른 시일내 추진” / 금융위 “채안펀드 최소 10조원” / 회사채 매입 기업 유동성 지원 / “우량기업 한정 땐 효과반감” 지적 / 증안펀드 성패, 펀드규모에 달려

세계일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은행권 간담회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뉴시스


금융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채권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우량 회사채 등 시장에서 외면받는 채권에 자금이 투자되지 않는다면 ‘헛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꺼내 들지 않았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른 시일 내 채안펀드를 조성할 예정인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펀드 규모는 최소 10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안펀드는 시장을 대신해 회사채를 매입해 기업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채안펀드를 활용하면 기업의 신용경색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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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0일 회사채 전체 순발행액은 1조73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62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은 2008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안펀드는 두 달 뒤인 2009년 1월부터 집행됐는데 집행 과정에서 우량한 회사채 위주로 사들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사채나 은행채에 투자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저신용등급 채권 매입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번 채안펀드 집행 시에는 당국이 채안펀드를 모니터링해 비우량 회사채 매입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기업의 단기 유동성 부족 우려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크레딧 시장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매입 대상이 우량 기업에만 한정되면 유동성 상황이 안 좋은 비우량 기업의 부도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이유는 스스로 일어나기 어려운 기업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며 “채안펀드 자금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등으로 흘러가게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증안펀드의 성패는 펀드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증안펀드는 1990년 주가 부양을 위해 조성한 4조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과 성격이 비슷하다. 당시 증권, 은행, 보험사 등이 기금을 조성해 주식을 사들였는데 일부 효과는 있었으나 주가를 원래로 돌리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그 규모를 예단할 수 없지만 채안펀드와 비슷한 10조원 규모라고 가정했을 시 ‘셀코리아’를 주도하는 외인의 매도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최근 주가 폭락장에서 외국인들은 일평균 1조원을 매도하고 있는데, 이를 막다 보면 자금이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개최한 상황점검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금융상황실’을 임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상황실장은 금융혁신기획단장이 겸하며 위기극복 실전경험이 있는 과장급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당국은 금융회사가 위기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함께 건전성 규제 유연화 방안도 검토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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