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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위기의 완성車 2·3차 협력사 “당장 공장 돌릴 자금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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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코로나사태로 벼랑 끝 몰려 / 상대적 여유 1차업체보다 상황 심각 / 대부분 영세 규모… 직원 월급도 못 줄판 / “대출 원금 만기 연장만으론 역부족 / 지금 쓸 수 있는 자금 추가 지원 절실”

세계일보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1차 벤더에 비해 영세한 2차·3차 벤더 등은 당장 공장운용 자금마저 바닥날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차·3차 벤더 등 영세 부품사는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고 보유자금도 적다. 경기 성남시에서 중소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차가 안 팔리면 부품이 안 팔리는 건 당연하다”며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은 다들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 대책과 관련, “일시적인 지원은 가능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차를 잘 팔리게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떻게든 회복세로 접어들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는 영세 부품 업체에 ‘당장 쓸 돈’을 융통해 주자는 제안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 생산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유럽·미주 등 주요 수출시장의 소비절벽으로 부품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정부 대책으로 대출원금 만기 연장 등이 나왔는데 업체들이 당장 지불해야 할 직원 인건비, 공장 유지·관리비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기 연장과 더불어 일정 부분 추가대출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들에 정부 지원이 속도감 있게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영세 업체들의 부채 부담이 높은 만큼 정책금융기관이나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한 자금 지원과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들도 자금을 취급해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기본소득처럼) 모든 국민에게 지원한다는 것은 재정부담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급한 불을 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는 1차 벤더도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평택시의 1차 벤더 부품사 관계자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한국에 국한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동산으로부터 파생됐지만 지금은 총체적인 위기”라며 “‘곧 유럽 전역이 셧다운된다’는 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업계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일감이 줄거나 공장이 셧다운되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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