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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기업들, 비상경영체제 속속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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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에 대비책 마련 분주 / 현대·기아차 23일부터 재택근무 중단 / “상황 심각해 비대면 시스템으론 한계” / 美·유럽 일부 반도체 장비공장 가동 중지 / 시장조사업체 “올 역성장 확률 최고 80%” / 이재용 부회장 디스플레이 공장 방문 등 / 주요 그룹 총수들 위기 대응 전면 나서 / 금융계도 지표 정밀 모니터링 등 ‘비상’ / 재계 최대 고민은 알 수 없는 종식 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또 그 여파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재계가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재계는 세계 주요시장에 동시 충격을 준 코로나19가 야기할 경제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글로벌 사업장들의 ‘셧다운’(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기업어음(CP)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불거지면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달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 출근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현대·기아차는 23일부터 자율 재택근무를 중단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자택근무를 시작했지만, 현재의 상황이 적시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비대면 근무 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종합상황실을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중국발 부품 공급망 중심으로 대응했지만, 최근에는 미주와 유럽까지 권역별 상황을 파악해 신속 대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의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생산을 18일부터 중단했으며, 체코 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주 동안 문을 닫는다.

세계일보

한국의 효자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유럽과 미국 등지의 공급망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장비 공장 중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거나,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라 안정적인 공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작년 대비 12% 이상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했고, 역성장 확률은 80%에 달한다고 봤다.

CP와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용경색 우려도 걱정이다. 실제 포스코그룹의 신용등급 ‘AA-’ 우량 계열사인 포스파워가 지난 1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주요 그룹 총수도 속속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점검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3일 경북 구미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2주 동안 두 차례 현장경영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주 초반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경영회의를 준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적인 경영현황을 점검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SK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원유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부문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차질, 수요 감소 등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재계가 효과적인 대응책을 적기에 마련할 수 없게 만드는 한계다. 단기에 끝나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감염병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언제 진정될지 짐작조차 힘들다”며 “상황이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자칫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초비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그룹 차원의 종합상황브리핑 회의를 운영하기로 했다. KB금융은 현시점에서 경영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와 금융시장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룹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신설했다.

나기천·조현일·김준영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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