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대표가 성착취 음란물을 유포한 ‘n번방’ ‘박사방’ 등과 비슷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1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23일 서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고담방, n번방, 박사방 등 유명했던 방들이 있고, 이외 방들은 약 100개 정도 운영됐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똑같이 모든 방에서 다 여성피해자를 약속해서 찾아내고 영상을 새롭게 만들어내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와 같은 영상물을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지인능욕방을 만들고 국산야동이라고 불렸던 예전 피해촬영물을 긁어와 적극적으로 몇만개씩 공유했던 방들이 100개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n번방을 처음 만든 닉네임 갓갓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활동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서 대표는 “갓갓이 활동을 접고 휴식기를 가지는 사이 박사가 등장해 갓갓방의 사용자들에게 홍보하면서 (박사방이) 커졌다”면서 “그 전에 갓갓은 본인을 지금 20세고, 수능 치느라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고 소개한 적 있다. 말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본인 이야기로는 그렇다”라고 했다.

서 대표는 박사방의 운영자인 박사(20대 조모씨) 검거 이후 유료 이용자들도 붙잡힐 가능성에 대해 “비트코인 결제방식이고, 다른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박사 운영진이 잡혔기 때문에 상당수 유료거래 회원들까지 잡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n번방 이용자가 대략 26만명여명에 달한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약 100여개 가까운 방들의 회원들의 숫자를 방마다 적어놓고 단순합산을 해봤을 때 26만명 정도 나왔는데 중복이 상당수 있는 표현”이라며 “26만명이 아무리 중복자 수라고 하더라도 모든 방에 다 중복돼 있을 수 없고, 최대규모 방은 약 3만명까지 있었다. 단순 합계가 26만, 최대 규모 방이 3만명이라고 했을 때 아마 10만명 넘는 숫자이거나 그에 달하는 숫자이지 않을까 추산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18일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은 동의 수 20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다 인원의 동의 수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게시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도 동의 수 150만명을 넘겼다. 이 가운데 경찰은 오는 24일 ‘박사’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판가름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연다.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빠르면 이날, 늦으면 다음날(25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이용자들의 신상을 확보해야 처벌도 가능하고 신상공개도 가능한데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다. 그래서 일단 잡힌 주요 운영진이라도 신상공개가 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자체 특성이 보존기한이 길다”면서 “텔레그램은 거의 기한 없이 계속해서 게시물이 올라가 있고, 외부에서 국가적 압력이나 수사라든지 이런 방식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강력하게 보호되지만, 이용자들 간의 강력하게 보호되는 공간 안에서의 범죄행위 또한 보호되는 그런 양측의 효과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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