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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핫이슈] 왜 조주빈만…`n번방` 공범들의 신상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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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검찰 송치되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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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분노가 조주빈의 가면을 벗겼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이라는 대화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조주빈(25)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25일 검찰로 넘겨졌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내부·외부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주빈의 이름·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6일 그를 검거한지 8일만이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왜 조주빈 1명의 이름·얼굴만 공개되는가.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n번방'을 포함한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을 수사했다. 지금까지 124명을 검거했고 그중 조주빈을 포함한 18명을 구속했다. 이중 조주빈의 얼굴만 공개됐다.

조주빈만 악질적인 성범죄자이고 나머지 123명은 '선량한 성착취자' 들인가. 'n번방'을 운영하며 '와치맨'으로 불린 전모(38)는 지난해 검거돼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 9000여건을 유포했는데도 그의 얼굴·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수사중인 단계에서 조주빈처럼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폭력처벌 특례법 25조는 '성폭력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나이 등 피의자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그동안 사문화돼 왔다. 천인공노할 성범죄가 그동안 무수히 있었지만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침묵하고 또 침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지난 18일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우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후 1주일만에 'n번방 운영자와 회원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하라'는 청원글 5건에 무려 560만명이 동의했다. 이처럼 거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나서야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꾸물꾸물 회의를 열었고 조주빈 달랑 1명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조주빈과 동일하게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운영했던 공범들은 이미 검찰로 송치됐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라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사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이미 20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은 2000년7월부터 공개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도 공개된다.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한 뒤에 이들의 이름·얼굴을 공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국민 모두의 기억속에서 분노가 가물가물해졌을 즈음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들의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다.

'n번방' 같은 사건이 두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 곳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즐긴 26만명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해버리면 된다. 수요자가 없어지면 공급자도 사라진다. 아쉽게도 성범죄특별법을 아무리 쳐다봐도 성착취 동영상을 관람한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법적근거는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성착취 동영상·사진을 제작·유포한 공범들 얼굴·이름이라도 모조리 공개해야 할텐데 경찰·검찰·법원이 엇박자다.

당장 조주빈이 25일 검찰로 송치되면 이제부터는 그의 얼굴마저도 볼 수 없게될지 모른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검찰개혁' '사법개혁' 명분으로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그결과 '포토라인'이 없어졌다. 당시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특혜논란이 벌어지자 아예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범죄 피의자도 이제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다. 국민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가 조주빈의 가면을 벗기고 그의 얼굴을 드러나게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검찰이 내놓은 '피의자 공개소환 전면 폐지조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조주빈의 얼굴은 다시 어둠속에 감춰지게 됐다. 이런 것이 검찰개혁이고 사법개혁인지 묻게 된다. 국민 알권리를 무시하고 범죄 피의자 인권만 보장하는 것이 '개혁'이라면 대체 무엇하러 개혁을 한단 말인가.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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