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살려줘, 헬조선 불평 안 할게" 이제야 벌벌 떠는 n번방 그놈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번에 안 잡히면 성실히 살겠다."

지난 2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디스코드 게시판에는 n번방 사건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올린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한 인기 게시글 작성자는 "이번에 잡히지 않으면 헬조선이라고 불평도 안 하고 공부랑 일만 열심히 하며 살겠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 추천 수는 90개가 넘었다. 이 글 외에도 '안 잡히면 성실히 살겠다' '수사 피하는 방법 있긴 함'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보였다.

게시판에는 n번방 참여자들이 받을 처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글도 있었다. "실수로 n번방에 들어갔었다"고 밝힌 게시판 이용자는 "아동·청소년 물인 것을 알고 바로 지웠다"며 "나 큰일 날까. 살려줘"라고 했다. 또 다른 인기 글 작성자는 "원래 법대로라면 판매자·유포자·제작자·영상 소지자 정도만 적은 형량을 받는다"면서도 "'언플'이 돼 있는 이 상황에서는 안 잡혀갈 사람마저 기소유예 혹은 벌금형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추측했다.

24일 오후 2시 기준 이 게시판은 운영진에 의해 접근이 제한된 상태다. 커뮤니티 측은 "해당 게시판의 취지와 맞지 않는 텔레그램 이야기를 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폐쇄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채팅방 참여 기록 지워드린다"



n번방 참여자들을 위해 '텔레그램 접속 기록을 지워주겠다'고 홍보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지난 21일부터 24일 새벽까지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에는 디지털장의사와의 1대1 채팅방이 수십 개 개설됐다. 이들은 'n번방' 해시태그를 걸어두고 '텔레그램 기록 삭제해드립니다'라고 홍보했다. 삭제 가격은 아이디당 3만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은 실제 디지털 장의사가 아닌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원래 디지털 장의사는 리벤지 포르노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지워주는 순기능을 한다"며 "이들은 n번방에 참여자들의 두려움을 악용해 나타난 사기행태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텔레그램 n번방 삭제 카톡방 [카카오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역시 "다른 사람의 단말기나 텔레그램 서버 기록 등을 없애주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염 교수는 "유럽, 러시아 쪽에 서버가 있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은 경찰도 접근이 어려워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일반인이 기록을 지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참여자들이 기록을 지웠다면 증거인멸 시도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6만 가해자 모두 처벌받을까



경찰은 n번방 관련 채팅방 참여자 수를 26만 명, 이중 유료회원을 1만 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중복으로 합산된 것이라 실제 사용자 수는 더 적을 수 있다. n번방 범죄에 사용된 채팅방은 접근 권한·영상물 종류에 따라 '노아의방주방', '워커방' 등 여러 개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인 신진희 변호사는 "채팅방 참여자들은 범죄 행태에 따라 받게 되는 처벌수준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미성년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영상을 유포했는지, 대가를 지불했는지 등 하나하나 따져서 그에 맞는 형량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한 법무법인YK 변호사는 "미성년 음란물을 본 것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텔레그램 특성상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바로 다운로드가 가능해 이들을 처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고의성 여부는 아직 법적 쟁점이 남아있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사와 갓갓, 와치맨 등 n번방을 조직적으로 제작·배포한 이들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무부는 "'n번방' 등 불법 성 착취 영상 제작·배포에 관여한 피의자들에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