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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범죄 인권 없다" 주홍글씨, n번방 의심 200명 신상공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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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6일 텔레그램 ‘주홍글씨’ 방. 김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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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해 범죄 의심자 수백 명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텔레그램 ‘주홍글씨(구독자 2700명가량)’ 방에는 관련 범죄 의심자의 범죄정황과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중이다. 신상정보의 경우 이름과 나이, 주소,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직업, 사진 등이다.

이 방을 만든 주체는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는 ‘주홍글씨’다. 주홍글씨는 “n번방 등 사이버 성범죄자에 대한 검거를 돕기 위해 신상공개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활동 인원은 자경단원 20여 명 등이라고 한다. 주로 제보를 받아 자료를 축적한다. 자경단이 지금까지 공개한 범죄 의심자 수는 200명 이상이다. 그들의 직업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다. 이 밖에 회사원, 의사, 공기업 직원, 경찰, 군인 등이다.



주홍글씨 “범죄자 인권은 없다”



주홍글씨는 “범죄자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 가해자에게 인권을 운운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만일 주홍글씨에서 삭제되고 싶으면 1만BTC(가상화폐 비트코인·800억원가량)를 내면 된다.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n번방 참가자 이름·나이·사진 수두룩



가장 눈에 띄는 범죄 의심자는 ‘박사방’ 관계자들이다. 박사방이란 n번방에서 파생된 방으로, ‘박사(본명 조주빈)’가 운영했다. n번방 회원으로 지목된 한 남성과 관련해선 그가 썼다는 “근친상간 야동을 좋아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반성문도 올라와 있다. 성관계 중인 ‘초대남’ 사진도 있다. 초대남이란 피해자를 찾아가 성관계하도록 초대된 남성을 뜻한다. n번방 자료를 소지했다는 고등학생의 청소년증 사진도 보인다. n번방 회원이라는 고등학생이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도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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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박사로 알려진 조주빈(25)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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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아이돌 딥페이크 공유자도



유명 여성 연예인에 대한 딥페이크(유명인의 얼굴과 음란물 합성) 계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방 운영자의 휴대전화 번호 등도 저장돼 있다. 어떤 남성과 관련해선 얼굴 사진과 그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반인 여성의 신체 일부 사진도 있다. 동물 학대범으로 접수된 남성의 집 주소도 ‘박제(어떤 사람의 잘못에 대해 캡처 등을 한다는 유행어)’돼 있다.

남성만 ‘주홍글씨’에 새겨지는 건 아니다. 성매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20대 여성의 전라 사진과 얼굴 사진, 휴대전화 번호도 있다. 한 의사는 자신의 병원에 찾아온 아동을 성추행하고 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공유한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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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n번방 사건 강력처벌 촉구 시위가 열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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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범죄자들, 주홍글씨 공포”



n번방 범죄를 저지르다 수사를 받고 반성 중이라는 제보자 김재수(가명)씨는 중앙일보에 “사이버 성 착취 범죄자들에게 주홍글씨는 공포의 대상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n번방이라는 엄청난 사건에 대해 민간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피해자 사진 올라오기도…2차 피해 우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주홍글씨에는 범죄 의심자뿐만 아니라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라는 여성의 사진도 올라와 있다.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범죄 의심자의 여자친구나 가족 등 무고한 사람의 사진도 공유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 위험도 있다. 지난 22일쯤에는 박사의 이름이 조예준이며 단국대 천안캠퍼스 천안캠퍼스 14학번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모두 틀렸다.

행여 정확한 범죄 정보만 올라와도 우려는 남는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주홍글씨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우리가 법치주의 사회에 사는 만큼 범죄가 발생하면 신고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처벌받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고 해외 국가와 공조하며 강력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더욱 주홍글씨 활동보다는 경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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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주홍글씨에 올라와 있는 범죄 의심자의 가족 사진. 김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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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n번방 운영자 중 미성년자도



경찰은 n번방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태평양 별명의 A군(16)을 구속해 기소의견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하며 미성년 여성 등의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다. 다만 A군은 이 과정에서 돈을 받거나 피해자에게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태평양과 같은 대화명을 사용하는 자가 계속해서 성 착취물을 유포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최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3곳(빗썸·업비트·코인원)과 대행업체 1곳(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하고 대행업체 1곳(비트프록시)에 수사협조를 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26만명(시민단체 추정·중복 인원 포함)에 달하는 유료 회원을 수사할 목적이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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