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등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경운동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n번방' 사건을 두고 조주빈 등 주동자뿐만 아니라 영상을 시청한 '관전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텔레그램에서 영상을 시청하기만 한 것으로는 죄를 묻기 어려워 관전자들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판매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 또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영상물을 다운로드받아 휴대전화 등에 저장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재생만 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메신저를 통해 공유된 영상을 보거나 링크를 타고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영상을 스트리밍하더라도 죄를 묻기 어렵다.
앞서 법무부는 변화된 인터넷 환경 등을 고려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시청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에 필요한 절차 등을 고려할 때 당장 n번방과 같은 성 착취물 유통 경로로 영상을 시청한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은 영상물이 성 착취 등 죄질이 나쁜 범죄를 통해 제작됐을 뿐 아니라 시청한 사람들이 우연히 영상물을 접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보는 영상을 우연히 같이 보게 되는 것과 달리 특정 영상물에 접근할 수 있는 차등적인 권리가 있었다면 사실상의 '소지'로 봐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며 "이 논리에 따르면 입장료를 받아 차등적 접근 권한을 부여한 n번방 사건의 경우에도 영상을 소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 채 영상을 시청한 경우와 달리 후원금을 내고 회원이 된 경우는 영상을 시청만 했더라도 단순 시청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런 행위를 처벌할 법률적 근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국회는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개정 성폭력처벌법)을 발의하고 20대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역시 기존 법률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것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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