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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책과 삶]앉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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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배신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고현석 옮김

아르테 | 492쪽 | 2만8000원

경향신문

의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쯤 등장했는가. 이 책에 따르면 약 6000년 전, “진흙으로 만든 의자 모양”이 있었다.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조각에도 의자 모양이 존재하며, 고대 이집트의 의자 가운데 몇 개는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런 의자들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의자=권력’은 지금도 사람들 뇌리에 기억된 상징이며, 예술 작품 등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비유법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의자의 위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일하기 시작했다. 19세기에 들어서면 의자가 폭발적으로 사용되면서 ‘생활의 일부’로 편입됐다. 이제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살다시피 한다. 집과 직장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버스, 전철, 식당, 술집, 영화관 등등 어디에서나 의자에 앉는다. 일할 때는 물론이고 쉴 때도 소파에 축 늘어져 휴식을 취한다.

풍요와 편리함을 추구해온 ‘인류세의 몸’은 이제 의자에 제한받고 규정된다. 현대인의 몸은 불안, 우울, 심장질환, 각종 암과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관절염, 요통 등 인류 진화 초기에 겪지 않았던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 이렇듯이 책은 인간이 풍요와 편리함를 추구해오다가 결국에는 ‘진화와 환경의 불일치’에 당도했음을 서술한다. 5억년 전부터 미래까지, 책에서 다루는 시기가 매우 방대하다. ‘편리함은 어떻게 인류를 망가뜨리는가’라는 부제를 지녔다.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일어서기와 달리기, 2부는 정착과 농경, 3부는 1700년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서 4부는 현재까지를 다룬다. 5부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저자는 모든 문제가 “인간이 걷기를 멈추었을 때 시작됐다”고 말한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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