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으로는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 해결 어려워
두산이 발표할 자구책 재무건전성 도움될 것으로 기대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27일 결정된 두산중공업(034020)1조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 지원에 대해 "기간산업인 발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1조원으로는 두산중공업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두산중공업이 준비 중인 자구책이 시행되기 전에 급한 불을 끄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상황에 따라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나 채권단의 시중은행도 지원 방안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날 오전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두산중공업 금융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이후 두산중공업 채권은행 회의를 긴급 개최해 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의 은행권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는 4조9000억원 정도로 국내은행 익스포저는 3조원 정도다. 수출입은행이 1조44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7800억원의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익스포저는 227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 부행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갖고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씩을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두산그룹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우리은행이 추가로 들어올 경우 채권 안분액에 따라 나누게 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1조원의 운영자금 지원으로는 두산중공업이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를 모두 풀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산중공업이 연초부터 진행해온 여러 자구책을 어느 시점에 발표할 텐데, 이런 자구책이 재무건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필요한 지원금을 이정도(1조원)로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준비 중인 자구책이 다소 지연되거나 상황이 바뀔 경우 추가 지원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최 부행장은 덧붙였다.

정부가 두산중공업 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밝힌 대주주의 자구노력과 담보 제공에 대해서는 일단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행장은 "두산그룹 계열주가 가지고 있는 두산 계열사에 대한 지분들이 담보로 제공된다"며 "두산타워도 후순위로 담보로 제공되는 등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으로서는 예정된 지원 금액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담보로 언급된 회사는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오리콤, 두산메카텍 등이다. 최 부행장은 "두산그룹 3세와 4세 32명 정도가 보유한 주식이 담보로 들어온다"며 "(두산그룹)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조직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두산건설이나 밥캣의 매각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룹 내에서 사업 재편을 위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자구계획은 두산 그룹 내에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행장은 이번 지원이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 발전 수요가 감소하고 원전 발전이 지연되거나 하는 트렌드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영업상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본다"며 "두산중공업은 국내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대부분을 시공하고 유지보수하는 업체로 발전업계에서 중요한 회사이기 때문에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