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덕식 부장판사가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대화명 ‘태평양’ 이모군(16)의 재판을 맡은걸로 알려지면서 오덕식이란 이름이 27일 다시 불려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오는 30일로 첫 공판기일을 잡았다. 그러나 검찰이 26일 재판부에 기일연기신청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씨와 공모한 혐의에 대한 추가기소 가능성을 감안해 기일연기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오 부장판사는 앞서 성범죄와 관련된 여러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고 구하라씨 재판당시 구 씨의 성관계 영상을 확인하면서 여성계로부터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재판 과정에서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 구하라씨가 찍힌 성관계 동영상을 단독으로 본 사실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에도 휩싸였다.

오 부장판사는 1심 재판에서 구하라 전 남자친구 최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2018년 9월 구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29일 여성시민단체가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오덕식 부장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제공

이후 구씨가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을 하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을 벗어라”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고 장자연 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오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로 “생일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성계는 “해당 파티는 성 접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추행이 이뤄지던 자리”라며 오 판사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조 전 기자는 지난 2008년 8월 장씨의 연예기획사 대표 생일 파티에서 장 씨가 춤추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무릎에 앉힌 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 씨는 술자리에서 전 조선일보 기자 등 여러 사람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뒤 2008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밖에 오 부장판사는 웨딩홀 바닥에 카메라를 설치해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남성,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 성매매 영업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남성, 아동 성 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들에게 줄줄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력이 있다.

27일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 판사의 자격박탈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 갈무리.

한편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자리에 반대,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올라와 27일 오후 4시 기준 12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모두가 26만명의 범죄자들을 잡기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법이 그들을 봐주면 무슨 소용입니까?”라고 반문하며 “그를 이 법정에서 볼 수 없게, 그가 이 사건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뿌릴 수 없게 제외,자격박탈 시켜달라”며 글을 남겼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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