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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의료진 지쳐 외국인 치료할 여력 없다"는 감염학회 이사장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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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26일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금지를 해주길 바란다"며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면서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을 막았으니 상호주의에 입각해 금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에서 외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개방 방역'으로 인한 의료현장 피로도가 임계치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해외 확진자 역유입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7일 0시 기준 해외 유입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309명이며 외국인은 10% 정도인 31명이다. 해외 역유입이 '3차 유행'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에게 문을 열어두고 검사와 자가격리 비용까지 지원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170여 개국에 달한다. 우리는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에 맞대응한 게 전부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도 해외 역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28일 0시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인 입국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전체 해외 유입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인 점을 고려하면 당장 입국금지와 같은 조치를 채택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른다"고 밝혔다.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한국 정부의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해외 칭찬에 정부가 도취돼 있어선 곤란하다. 문제는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의료진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과 감염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화자찬할 수 있는 것도 밤잠 못 자고 땀 흘리는 의료진의 헌신 덕이다. 아무리 의료진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외국인 검진 부담까지 떠안게 해선 안 된다. 이들이 쓰러지면 한국 방역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개방 방역'만 고집하지 말고 외국인 감염자 유입을 차단할 보다 엄격한 입국제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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