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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아직도 못 정했나요, 그 이름은 부동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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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3월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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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을 무당층·부동층·스윙보터·중도층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각 부류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특정 정당 후보자나 특정 정당을 찍겠다는 뚜렷한 생각을 갖지 못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유동적인 이들 부류는 총선을 앞두고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대략 21∼25%대를 오갔다. 하지만 올해에는 25∼33% 사이였다. 올해 들어 무당층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 것이다.

최근 조사인 3월 3주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28%였다.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38%로 1위를 차지했다. 무당층 28%는 미래통합당 23%의 지지율보다 더 높았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같은 시기(3월 3주)의 갤럽 여론조사는 어땠을까. 이때 무당층은 24%였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41%, 민주당이 20%, 국민의당이 8%, 정의당이 7%였다. 4년 전 여론조사는 소선거구제 지역구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우세했지만 실제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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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20대가 50% 30대는 33%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년 전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달라 논란이 됐다”면서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의 무당층을 자세히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이 주목한 수치는 세대별 무당층 수치다. 2016년 3월 3주 갤럽조사에서 무당층은 전체에서 24%였지만, 19∼29세에서 무당층은 33%이었다. 30대에서는 28%였지만 60대에서는 20%에 불과했다. 엄 소장은 “당시 무당층에는 젊은층이 많아 범진보성향이 강했고, 실제 총선 투표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총선에서는 기존 여론조사와 실제 총선 결과가 유사하게 나올 수 있을까. 4년 전 여론조사가 ‘샤이 진보’를 누락한 것처럼 올해 여론조사에서 ‘샤이 보수’가 빠져 있다는 것이 보수 진영의 생각이다. 정권심판론을 주장하지만 실제 여론조사 응답에서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지지하지 않고, ‘지지하는 정당 없음’을 선택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 상황에서는 정권심판론에 동조하는 유권자가 부동층에 많다”며 “이른바 ‘샤이 보수’들이 경제 문제나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투표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샤이 보수’가 보수 진영에 투표할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례대표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만들어졌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창당되자,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등장했다. 부동층·중도층의 눈에는 그리 ‘아름답지 못한 풍경’으로 비칠 수 있다.

판세와 구도도 바뀌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이란 제3의 선택지가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제3의 선택이 거의 없어졌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역구에서 민주당 대 통합당의 양자 구도가 전면화됐다”면서 “양 진영 지지층은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겠지만 부동층이나 중도층에게는 굳이 투표를 해야 할 이유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난 총선에 비해 제3당의 존재도 보이지 않고 차기 대권주자도 유권자들에게는 덜 매력적”이라면서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선거에 끌어들일 유인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무당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홍형식 소장은 “부동층과 중도층은 정치적 견해가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을 뿐”이라면서 “이들은 결국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을 경우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갤럽 3월 3주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 28%의 분포를 알 수 있다. 18∼29세의 50%가 무당층이다. 30대의 33%, 40대의 24%, 50대의 13%, 60대 이상의 25%가 무당층이다. 20대에서 무당층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30대에서도 무당층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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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순번이 조정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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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가를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 정국

홍 소장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총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 없을 때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 여론조사에서처럼 실제로 민주당의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다. 엄경영 소장은 “4년 전에는 여론조사가 실제 총선 결과와 맞지 않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층에서 무당층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 우세의 여론조사가 실제 총선 결과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안일원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선거연령이 18세 이상으로 낮춰졌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총선 때보다 세대별 투표 경쟁에서 조금 더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역대 선거에서 집권 4년차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확진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확진자는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는 글로벌 이슈가 됐다. 안일원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가 지구촌의 위기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방역에 잘 대처했는지가 부동층 표심의 중요한 기준이 돼버렸다”면서 “부동층에게 다른 정치적·경제적 이슈는 부차적인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선거 현장에서도 무엇보다 ‘코로나 정국’이 부동층의 표심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통합당의 한 인사는 “지금 지역구 선거 현장에 나가 있는 보좌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실에 앉아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홍보전을 할 뿐이지, 바깥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있는 상황 속에서 선거 운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선거 때에는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샤이 보수’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샤이 보수’가 투표장에서 줄을 서서 투표할 만큼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물갈이 공천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와 공관위의 갈등으로 역풍이 더 세게 불었다. 안 대표는 “통합당이 보수통합과 물갈이 공천으로 미풍을 일으켰지만 코로나 정국에서 중도층을 끌어들일 만한 큰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야당이 정부·여당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플러스알파’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라는 거센 바람 속에서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순풍과 역풍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투표일까지 선거 바람이 불지 않게 되면 어느 정당의 지지층이 절박함을 느끼고 투표장에 나갈 것이냐가 총선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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