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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콜프’에 집착하지 않게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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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20. 와인 콜키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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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키지는 얼마인가요?”

와인을 마실 장소를 물색할 때 항상 하는 질문이다. ‘콜키지’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를 줄인 말로, 개인이 보유한 와인을 식당에 들고 오면 와인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다.

각 식당마다 콜키지 정책은 다양하다. 콜키지를 받지 않는 ‘콜프’(콜키지 프리)부터 시작해서 한병당 만원, 3만원, 5만원인 경우도 있다. 또 병당이 아니라 사람당 비용을 받기도 하고, 와인 개수가 추가될 때마다 사람당 비용을 추가로 더 받기도 한다. 잔을 교체하면 비용을 받지만, 한잔으로 여러 와인을 계속 마신다면 비용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테이블당 한병까진 ‘콜프’지만, 두병째부터는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와인 한병까진 ‘콜프’인 대신 식당의 와인을 한병 주문해야 한다거나, 식당의 다른 주류를 주문해달라는 조건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업장마다 내세우는 콜키지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문의를 한다. 콜키지 정책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면 와인을 꼭 들고 가는 편이다. 업장에서 주문해서 마시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와인을 집에서 즐기기보단 솜씨 좋은 식당의 요리와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콜프’가 좋았다. 아니, ‘콜프’에 집착했다. 최근엔 이탈리아 음식점뿐 아니라 한식, 일식, 중식집은 물론 타이 음식점, 훠궈 음식점 중에서도 ‘콜프’를 내세우는 곳들이 많아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종종 곤란한 경우도 생겼다. 샴페인 한병과 레드 와인 한병을 들고 간 적이 있었는데 식당에선 샴페인 잔을 먼저 내주었다. 이후 레드 와인으로 바꿔 마시려고 잔을 요청하자 교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잔 교체비를 내겠다고 했지만, 정책상 ‘1인 1잔’이어서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레드 와인을 샴페인 잔으로 마셨다.

와인의 온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여름에 화이트 와인을 들고 갈 경우 와인을 차갑게 하기 위해선 얼음 바스켓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구비돼 있는 곳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와인을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해서 온도를 낮출 순 있지만 마시기 적당한 온도가 됐을 때는 이미 음식이 다 나온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와인을 한병만 들고 가게 된다면 레드 와인을 들고 가고, 이미 적당한 온도로 보관돼 있는 화이트 와인을 식당에서 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콜프’인 대신 잔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맥주잔에 와인을 마시려니 양이 가늠도 안 될뿐더러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와인잔을 챙겨 가기도 했는데 와인잔을 신문지나 뽁뽁이에 싸서 상자 안에 넣어 들고 가는 과정이 때론 귀찮고 유난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콜프’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됐다. 차라리 비용을 내는 것이 눈치도 덜 보이고, 더 좋은 환경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식당의 와인을 시켜서 마시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한 식당의 와인 리스트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식당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엄선한 것이기 때문이다.

콜키지를 내고 와인을 들고 가느냐, 식당에서 와인을 시키느냐 고민된다면 와인이 먼저인지 음식이 먼저인지를 생각해보자. 내가 갖고 있는 와인을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고 싶다면 콜키지를 내는 쪽으로, 음식에 집중하고 싶은 날이라면 그 식당에서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아 주문하는 쪽으로 하면 좋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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