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내 주변 남자들도?" `n번방` 사태에 불안 느끼는 사람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만든 성 착취 영상물이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에서 유통됐고, 수많은 이용자가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남성들 중에도 'n번방' 등의 회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개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한 숫자가 26만명에 달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충격이 극대화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중복 인원이 상당수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나 유사한 성격의 방이 많아 이용자가 최소 수만명은 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조주빈이 평소 열심히 자원봉사하던 사람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며 "남자를 섣불리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주변 남성 지인들을 만나기도 꺼려진다"고 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성 착취물 유통 대화방 참여자들의 신상정보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직장인 정모(32)씨는 "돈을 내고 'n번방', '박사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범죄를 후원한 공범"이라며 "이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프리랜서 이모(28)씨도 "피해자들은 수만명 앞에 얼굴과 신상정보가 공개돼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는데 가해자들은 보호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얼마 전 신상공개 촉구 국민청원에도 참여했고, 주변에도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은 전날 오후 현재 200만명 동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남성들도 'n번방' 등에서 이뤄진 행위를 두고 함께 분노하는 이들이 많다.

남성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국내 웹하드나 성인사이트에 불법촬영물로 보이는 영상이 올라오는 것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사실"이라며 "그간 성 착취물을 안일하게 생각한 남성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n번방' 관련 국민청원에 참여했다는 남성 대학생 김모(23)씨는 "가해자들을 엄벌하고 재발을 방지할 방법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n번방' 사건은 그동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성 착취, 성폭력의 연장선에 있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이유도 그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