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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다 감염국 된 미국서도 "마스크 쓰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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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뉴욕타임스, 전문가 인용해 지적
비말감염 많고, 무증상자도 많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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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 승무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 지역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확진자는 전날 기준 2만6747명으로, 하루 만에 스페인·독일·이란을 제치고 중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방역당국은 미국 입국자에 대한 진단검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3.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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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 혹은 보건의료 종사자가 쓴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북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수가 급증하면서 동양인들처럼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19의 주요 감염통로가 입에서 나오는 비말이고, 무증상인 사람도 많아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써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들도 외과용 마스크, 혹은 스카프라도 써야할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HO, CDC 가이드라인에 반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WHO와 CDC는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 혹은 아픈 사람들과 지속 접촉해야 하는 보건의료 종사자 및 간병인을 위한 것이며, 건강한 사람들은 손씻기와 6피트(약 2미터)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NYT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러한 WHO와 CDC의 통상적인 가이드라인에 의문을 제기했다.

NYT는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중국, 이탈리아를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심각하다"며 "필수 사업장에 종사하면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강한 사람들도 보다 정기적으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베일러의과대학의 전염병 전문가인 로버트 아트마 박사는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인해 공공 보건의료조치의 실천·준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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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앤 슈챗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석 부국장(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슈챗 부국장은 26일 더힐에 뉴욕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20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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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때 손씻기 55%, 마스크 68% 효율

NYT에 따르면 마스크가 일반인을 보호해준다는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마스크가 타인으로부터 오는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기보다는 착용자의 코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염된 물방울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WHO와 CDC에서는 감염자가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권고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와 N95 마스크를 비축하기 시작하면 마스크를 꼭 써야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마스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연구진들은 다양한 바이러스 방지책의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10번 이상 손을 씻으면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55% 예방 효과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68% 효과가 있다. 손씻기, 마스크, 손장갑, 방호복까지 다 갖추면 효율은 91%까지 올라간다.


무증상 감염자 많아 마스크 필요

무증상 환자가 많다는 점도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장인 닐 피시맨 박사는 "감염된지 며칠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증상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콕 집어 말하기 힘들다"면서 "우리가 아는 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48시간 전에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이고, 마스크는 이러한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만지는 일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오염된 물체를 만졌거나, 감염자를 부지불식간에 접촉한 경우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감염의 주요 통로인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일을 줄인다는 것. 피시맨 박사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필수사업장 종사자의 경우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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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홍콩 시내에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사진=AFP통신




다같이 마스크 쓰면 연대의식 생겨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모든이들이 마스크를 쓰도록 독려받는다. 이는 군중심리로 이어지고 사회적 차원의 보호 효과도 생긴다. 마스크를 다같이 쓰고 있으면 서로를 보호하고 전반적인 지역사회 감염을 줄인다는 것이다. 모두가 쓰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도 마스크를 곧잘 쓰게 된다.

NYT는 "마스크를 쓰는 것은 또 지금이 평상시가 아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시국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인지시킨다"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서로 보면서 손씻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잘할 수 있다. 팬데믹을 통제해야 하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일종의 연대의식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콩, 대만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마스크 쓰기를 일찍 실시한 국가에서는 발병 숫자가 훨씬 적다"고 덧붙였다.

NYT에서 언급한 홍콩과 대만은 '사스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홍콩와 대만은 지난 2월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본토인의 입국을 금지했으며, 강력한 검역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29일 오후 12시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만은 283명(사망자 2명 포함), 홍콩은 582명(사망자 4명 포함)으로 '방역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피시맨 박사는 "지역 주민 모두가 마스크를 쓰면 전염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불행히도 미국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효과적인 정책으로 만들 만큼 마스크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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