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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외국인·유학생 '코로나19 불감증'… 지역 사회 공포 확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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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입국자 중 코로나19 관련 유증상자들이 검사를 위해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격리시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영국인 남성 한 명이 인구 120여만명의 경기 수원시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수원 영통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태국을 방문했다가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활보했다. 공항에선 리무진 버스와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용인을 거쳐 귀가했다. 또 지인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거나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고 공원 등을 돌아다녔다. 검체 검사 이후에도 동네 스크린 골프장을 찾아 지인들과 운동을 즐겼다. 이미 이달 중순 첫 증상이 발현한 터라 변명의 여지도 없는 상황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7일 자신의 SNS에 해당 외국인의 동선을 공개하며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한 만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가 자율격리 지침을 무시한 외국인∙유학생 입국자들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이들이 드러낸 불감증이 코로나19 2, 3차 감염의 원인이 될 것이란 우려 탓이다.

29일 부산시에선 자가격리를 권고받은 독일인 유학생이 학교와 식당, 주점, 해변 등을 돌아다닌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시가 공개한 동선에 따르면 지난 13일 입국한 이 20대 남자 유학생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며 28일 양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도심 곳곳을 활보했다. 부산대 건물과 인근 식당에 장시간 머물거나 해운대 해변을 찾기도 했다. 또 야외농구장과 지하철역, 커피숍을 방문했다. 부산대 인근 주점에선 새벽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다.

부산에선 이날 해당 독일인 유학생을 포함해 해외 입국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영주권자인 40대 남성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지난 20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증상자였던 이 남성의 동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외국인∙유학생 확진자는 불어나고 있다. 이날 충남 천안과 경기 광명에선 영국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10대와 20대 유학생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북 전주에선 프랑스에서 입국한 20대 유학생이 지역 13번째 감염자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외국인∙유학생 확진자들이 입국 직후 바깥을 활보하고 다닌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불안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수도권의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은 “최근 동 주민센터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며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과 유학생의 주소를 묻는 우려 섞인 목소리”라고 전했다. 분당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39)씨도 “주변 아파트 단지에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많이 거주해 걱정”이라며 “입국 뒤 자가격리 원칙을 어긴 외국인과 유학생에게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률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유학생 입국자들의 코로나19 불감증은 문화적 차이로 풀이된다. 독일에서 유학했던 설모(26)씨는 “유럽에선 아직도 마스크는 환자나 범죄자만 쓴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일부 젊은층은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감기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튜버 ‘아티엔바나나’도 최근 자신의 SNS에 “미국 젊은이들의 코로나19 불감증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지금도 해변에서 파티를 하거나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 키스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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