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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LIG 성장 이끌었던 `균형과 절제` 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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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구자원 LIG 명예회장이 28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전 LI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 명예회장의 빈소.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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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LG그룹 성장기를 이끌고 GS·LS그룹에 이어 세 번째 방계그룹인 LIG그룹을 일군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다.

구 명예회장은 1935년 경남 진양군 출생으로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전 LI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구인회 창업주 장남으로 지난해 12월 사망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와 독일 쾰른대 법률학과를 졸업한 뒤 1964년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했다. 이후 '강한 책임감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경영 철학으로 럭키증권 사장, 럭키개발 사장, LG정보통신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사세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1986년 럭키개발 사장 시절 국내 최초로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적용한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를 건설했다. 이는 기존 주거 개념을 뛰어넘는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최첨단 시설을 갖춰 건설한 여의도 LG트윈타워는 지금까지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재임 시절 완성한 LG인화원 역시 우수 인재 양성소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3세 경영에 나서자 1999년 LG화재해상보험을 계열 분리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조카의 경영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LIG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꾸고 회장직을 맡았다. LIG손보는 손보사 중 홈쇼핑 판매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고, 방카슈랑스 시장도 선도적으로 개척했다. 대한민국 자주국방 기여를 목표로 2004년에는 LG이노텍의 방위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연구개발(R&D)과 인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 LIG넥스원을 국내 대표 종합방위산업체로 키워냈다. 또 2006년 건영과 2009년 한보건설을 인수해 LIG건설을 설립했다. 이처럼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며 LIG그룹은 7조원대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LIG건설 기업어음(CP)' 사건으로 2015년 LIG손보를 매각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오랜 세월 다양한 부문에서 경영 활동을 펼치며 '균형과 절제'를 경영 원칙으로 삼았다. 실제 "어떤 경우에나 눈과 귀를 양쪽으로 열어야 한다"며 합리적인 균형을 자주 강조했다. 2009년 투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나치게 매출만 강조해서도, 리스크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호처럼 등산을 유독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호는 '진봉(晉峰)'으로 진주의 산봉우리라는 의미다. 산 같은 성정은 그의 경영 활동 곳곳에서도 묻어난다. 2016년 LIG넥스원 40년사 인사말에서는 "정상이 높고 풍광이 수려한 산일수록 오르는 길이 험난하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려면 돌부리에 차이는 아픔이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이 따르지만 참아내야 한다"며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기도 했다. 2002년 산악인 고 박영석 대장과 함께 남극 최고봉인 빈슨 산괴로 원정을 떠난 일화 역시 유명하다. 당시 그는 "길잡이와 버팀목이 돼주는 산을 바라보면 포용과 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멀리서는 길잡이가 되고 가까이에선 버팀목이 되는 산과 같은 경영인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구 명예회장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1일이며 장지는 경남 진주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딸 구지연 씨와 구지정 씨가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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