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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조주빈 뒤에 삼성?… 해명할수록 꼬이는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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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 관계, 꼬리 무는 의문]

①삼성이 배후라고 생각하면 취재도 못하고, 신고도 못하나

②괴한이 자택까지 침입했는데 신변보호 요청않고 왜 돈 보냈나

③텔레그램, 상대 전화번호 알아야… 20대 무직자가 어떻게 알았나

조선일보

손석희, 조주빈


손석희 JTBC 사장이 성(性)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와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삼성'까지 끌어들였지만, 오히려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손 사장의 해명이 또 다른 의문을 낳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일부 자사 기자를 상대로 조씨와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손 사장은 "삼성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씨가 '뺑소니 사건' 논란으로 손 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고 자신에게 이야기했고, 그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JTBC를 통해서 발표한 입장문에선 조주빈씨가 손 사장에게 보내준 텔레그램에는 김웅씨가 손 사장과 손 사장 가족을 해치도록 청부하면서 조씨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을 사실로 믿었다는 것이다.

①삼성이 배후라면 왜 신고 못 하나

손 사장은 자사 기자들에게 "김씨와 조씨 배후에 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미투 운동'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과거 자신이 성신여대 교수로 있던 시절 관련 의혹이 없는지 뒷조사를 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삼성이 배후에 있다는 말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이 해명은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손 사장과 JTBC는 삼성에 비판적인 보도를 자주 해왔다. 삼성이 언론인 뒷조사를 넘어 살해 청부까지 했다는 말을 자신이 믿었다면 당장 자신이 지휘하는 JTBC 보도국을 통해 확인 취재를 지시하는 게 상식적이다.

취재로 쉽게 확인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하는 게 상식적이다. 더구나 손 사장은 조주빈씨가 보내준 살해를 청부하는 텔레그램 채팅 화면이라는 증거 자료까지 갖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손 사장은 취재 지시도, 신고도 하지 않았다.

②수상한 남자 자택 침입했다는데 왜 신고 않았나

손 사장은 또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끼칠 청부 의뢰가 있었다는 조주빈씨의 말을 믿었던 근거로 "실제로 6개월 정도 집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이 서성거리는 것은 CCTV로 확인했다" 또는 "최근 낯선 남자가 자택을 침입했다"고 자사 기자들에게 해명했다고 한다.

이 말은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자에게 자택 주소가 노출됐고, 실제로 위협이 시도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던 상황이 아니라 긴급하게 신고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수상한 사람이 CCTV에 찍혔다면, 이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손 사장은 신고도, 신변 보호 요청도 하지 않고, 거꾸로 조주빈에게 돈을 보냈다. 이유로는 '증거 확보와 배후를 캐기 위해서'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 같은 구체적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게 그 '배후'라는 것을 찾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했다.

③조주빈은 어떻게 손 사장의 연락처 알았나

손 사장은 조주빈씨와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조씨가 손 사장의 텔레그램으로 흥신소 사장을 사칭하며 먼저 연락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텔레그램은 한쪽에서 상대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야만 연결될 수 있다. 20대 무직자인 조씨가 유력 방송사 사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손 사장이 휴대전화로 조씨나 조씨 측근의 텔레그램에 유인돼 들어갔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IT 전문가도 있다.

④전문가들 "말 못 할 약점 있을 가능성"

손 사장은 조주빈씨의 거짓말에 속았다고 주장하지만, 오랜 수사 경험을 가진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손 사장이 조씨에게 속을 순 있지만 돈까지 보낸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공갈·협박 사건에서 약점을 잡히지 않은 사람이 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자신의 약점 때문이 아니라 '배후와 증거 확보'를 위해 돈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돈을 보낸 뒤에 조주빈은 증거를 보내지 않고 그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렇다면 그간 조씨의 행각이 사기임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 뒤에도 손 사장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밝히지 못할 약점이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돈을 보내고, 돈을 떼이고도 그 약점이 드러날까 봐 신고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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