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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만물상] 늪에 빠진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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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씨는 3년 전 한밤중 주차장에서 접촉 사고를 냈다. 그냥 가 버리자 피해 차량이 따라붙었다. 골목길을 빠르게 달렸고 신호에 걸렸을 때 트렁크를 두들겨도 그대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손씨는 “사고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수리비 150만원에 합의했고 뺑소니 신고는 없었다. 손씨는 작년 초 이 사고를 기사화하겠다며 취업 청탁을 했다는 김웅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접촉 사고를 낸 뒤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게 무슨 대단한 망신이라고 끌려다니다가 김씨가 폭행으로 고소하자 맞고소했다. 분명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라는 루머가 무성했다.

▶조주빈이란 패륜범 입에서 난데없이 '손석희'라는 이름이 다시 튀어나왔다. 손씨가 내놓은 해명은 이번에도 이상했다. 김씨가 가족을 해치려고 조씨를 사주했다는 증거를 잡으려고 조씨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조씨 말고 다른 행동책을 구할까 봐 신고를 미뤘다"고 했다. 그럴 정도로 위협을 느꼈으면 신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 인터넷에는 "돈 필요할 때 손씨에게 내놓으라고 하면 신고도 안 하고 줄 것"이라는 비아냥이 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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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또 다른 해명에서 "김웅의 배후에 삼성이 있는 것 같아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한다. 청부업자가 미성년 포르노 제작·유포자이고 그 협박 뒤에 삼성그룹이 있다는 음모론에 헛웃음이 나온다. 이것이 대학에서 '말하기와 토론'이란 수업으로 유명했던 손씨의 해명이다. 자신의 해명이 스스로 말이 안 된다고 느꼈는지 또 다른 해명을 내놓을수록 늪으로 빠져든다.

▶손씨는 한 잡지가 조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 1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차장 사건 이후 '뒤가 구린 사람' 이미지가 더해지더니 이제 패륜범과 얽혀 그 일당을 방송사 사장실에서 만나기까지 했다. 도대체 뭘 숨기려고 이런 사람들과 뒷거래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삼성 음모론으로 이런 의문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그에게 '영향력 있는 언론인' 표를 던졌던 시청자는 어떤 기분이겠나.

▶재야 운동가 장기표씨는 작년 “손석희 사장은 정의의 표상처럼 굴거나 그렇게 인식된 경우가 많았기에 실망과 분노, 배신감이 엄청나다”고 했다. 손씨는 이직한 뒤 뉴스 첫 진행 때 르 몽드 창업자의 말을 빌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다”며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지금 손씨로부터 듣고 싶은 것도 진실, 모든 진실, 오직 진실뿐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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