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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르포]용산전자상가의 비명 "손님 없지만, 팔 물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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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곳곳에 비어있는 상가, 코로나 여파 매출 50% 급감]

지난 26일 찾은 서울 용산전자상가는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까맣게 잊은 듯 암울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온라인 중심 유통구조 변화와 경기침체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을 앞당기고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자랜드와 나진·선인상가, 한신전자타운 등 용산전자상가를 찾는 발길은 더욱 줄었다. 이들 상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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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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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손님이 어색한 용산전자상가

1990~2000년대 국내 전자제품의 중심지였던 육중한 상가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는 사무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매각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진상가 상인들은 방문객을 의아해 할 정도였다. 건물 안내도에 빈 사무실이 더 많았다.

나진상가 12·13동에선 문을 연 곳을 손에 꼽았고, 한층 구석이 통째로 비어있어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A업체 관계자는 "하루종일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며 "그나마 남은 상가들도 접으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도매업체들이 모인 한신전자타운 B동은 건물 내부 에스컬레이터마저 멈춰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9월쯤 고장이 났는데 부품이 없다고 고치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계단처럼 오르내렸다.

전자랜드와 선인상가 등 다른 상가는 상대적으로 공실은 적었지만 장사가 안되긴 마찬가지다. 용산에서 30년간 스피커업체를 운영했다는 B대표는 "손님보다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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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나진상가 12·13동 내부에 비어있는 공실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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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이중고' 손님은 줄고, 가격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용산전자상가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자부품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조립PC와 프린터기 등 제품가격도 20~30% 가량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조립PC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인 메인보드 가격은 10만원 안팎에서 12~13만원으로 뛰었다. 유만식 선인상가 상우회장은 "코로나19로 피해가 정말 크다"며 "가격이 오르니 찾아오신 손님들도 망설인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프린터·모니터 등 완제품 수입도 막히면서 가격이 오르고 일부 제품은 물건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영산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손님도 없지만, 팔 물건도 없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이 있는 다른 제품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형 부품가격은 상승폭이 2~3배 가량으로 더 크다. 중국산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20년간 부품업체를 운영한 C대표는 "하루 매출이 1만원 안된다"며 "재료값까지 오르니까 정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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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내부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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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인하 등 직접적 경영지원 시급

코로나19에 직격타를 입은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은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코로나19 긴급경영안정자금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지원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대출을 알고 있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직접 신청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D업체 대표는 "금리가 싸더라도 어차피 갚아야 하는 돈이고, 1000만원 가지고는 1달도 버티기 힘들다"며 "어차피 못 갚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은 특히 임대료 인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매출 급감으로 소득세 인하 등 세금감면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 대책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속된 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지원자금을 받아도 임대료로 쓰인다. 임대료 보존이나 소유주 세금지원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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