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화면에 얼굴 보여줄 수 있나요?”… 교사, 학생 수업 참여 확인 ‘진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풍초 원격수업 해보니…/ “학교 컴퓨터로 수업 어려워”/ 도서벽지 등 학습 격차 우려/ 이재정 “고3 온라인개학 무리”

세계일보

초·중·고 온라인 개학 대비 ‘원격 시범수업’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 영풍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원격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일단 난 이 사진을 봤을 때 대단해보이고 존경스러워. 그리고 슬퍼보여.’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 간절해보여.’

‘맞아!’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6학년3반에서 진행된 원격수업 중 학생들이 채팅창에서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수업 중 진행된 모둠토의에서 학생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사진을 보고 한동안 진지한 태도로 각자 감상을 얘기했다. 이는 최근 교육부가 준비 중인 ‘온라인개학’과 관련, 초등학생의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 진행이 어려울 거란 우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수업은 학습관리 애플리케이션인 ‘구글 클래스룸’과 채팅앱 ‘행아웃’을 통해 진행됐다. 교사는 행아웃을 통해 전체 학생들과 소통하고,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선 수업자료를 공유해 학생들이 모둠별로 답안을 기재하고 토의하도록 했다. 영풍초는 최근 원격수업 시범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공개 시연을 진행한 6학년3반은 전체 인원 20명 중 17명이 이날 원격수업에 참여했다. 김현우(34) 교사는 “수업 시작 전에 앱 설치 등 원격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고 모든 학부모에게 전화를 드려 자세한 사항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교사가 공을 들여도 원격수업의 특성상 수업 중 모든 학생의 학습 참여를 관리하는 데에는 일부 한계가 보였다. 김 교사는 수업 도중 규칙적으로 학생 얼굴이 송출되는 화면을 확인했으나 일부 학생은 목소리만 나오고 화면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교사가 “얼굴 보여줄 수 있어요?” 하고 묻기도 했지만 기기 사정 등으로 수업 내내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세계일보

김현수 교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영풍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에서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사는 이날 수업에서 학교 컴퓨터가 아닌 본인 소유 노트북과 보조 모니터를 이용했다. 그는 “교사가 쓰는 장비가 좋지 않아서 수업에 방해되면 안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제 장비로 수업을 진행했다”며 “학교 컴퓨터는 따로 카메라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육청 지정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로 비교적 IT 장비 구축 수준이 높은 곳이지만, 원격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그간 도서벽지·농어촌 지역,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IT기기 보급률이 저조한 만큼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김 교사는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깐 집마다 IT기기가 있더라도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대학생 형제가 있는 경우 아이를 위한 기기가 따로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우리 반도 학교 소유 기기 3대를 대여해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관련 수요조사를 진행해 학교가 보유한 기기를 대여해준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

정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예정대로 4월 6일 할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31일 전국 학교 개학 여부와 그 방식에 대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교사·학부모 사이 집단감염 우려 여론이 확인되면서 교육부는 학교급·학년별 순차적 온라인개학, 고3 대상 등교개학 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유력한 개학 방안으로 떠오르는 ‘고3 온라인개학안’에 대해 “온라인 수업으로 대입을 준비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온라인 수업을 하기에는 현재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고3에 대해 4월부터 온라인 수업을 집중 실시하고 이를 평가해본 후 온라인 수업에 대한 정책을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