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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北 "美와 대화의욕 접어…우리 건드리면 다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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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 담화 발표

"격돌의 초침 멈춰세울 책략, 미국엔 없는 듯"

"우리는 우리의 길 갈 것"…계획은 안 밝혀

'대미협상국장' 명의 통해 대화 실마리 남겨

아시아경제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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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자신들은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잃었으며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30일 밝혔다. 다만 대화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대미 협상을 전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직을 신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담화의 표면적 내용과 그 속내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이번 담화에서 대미협상국장은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 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였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한 후 국무부 청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방역 문제와 관련하여 '진정에 넘친 지원 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 자는 세계의 면전에서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 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했다.


대미협상국장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 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를 억제하고 견제할 수단이 없는데로부터 때 없이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우리의 손발을 얽어매여 그 무엇을 막아보려는 미국식 각본에 우리도, 국제사회도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자기에게 유리한 시간과 환경을 벌기 위해 유인책으로 꺼내든 대화 간판은 국무장관의 망발로 하여 심히 훼손되었다"며 "다시 돌기 시작한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힘과 책략이 미국에 더는 없는듯싶다"고 지적했다.


대미협상국장은 "미국은 때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며 "건드리면 다친다"고 경고했다.



아시아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서부전선대연합부대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지도하고 정세에 맞게 포병부대의 훈련 강화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1일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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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책은 북한 관영매체에서 처음 공개된 것으로, 북한이 대미협상을 담당하는 자리를 신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앞으로 대화를 않겠다'는 담화의 주제와는 모순되는 부분이다. 이번 담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한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 관료를 분리함으로써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담화는) 폼페이오를 비롯한 미국 관료들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트럼프와 관료들을 분리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한 흔적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해도,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양측의 입장 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두 정상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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