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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어차피 써야 할 거… 이젠 마스크가 패션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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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코로나 필수품 마스크, 방역 패션 아이템으로

기능도 스타일도 포기 못해 - 색 다양, 필터 교환해 재사용… 스포츠·명품 업체들도 가세

공적 마스크 가격의 9~15배 - "마스크 품귀 현상에 올라타 고가 제품으로 돈벌이" 지적도

백화점의 팝업(pop up·임시) 매장을 보면 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최신 유행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이곳을 점령한 품목은 '마스크'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패션 마스크 브랜드 '르 마스카'의 팝업 매장이 마련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백화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이 매장에는 매일 200여명이 몰렸다.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이 마스크는 형광색, 체크무늬 등 47종에 이른다. 세탁이 가능하고 필터를 교환해 재사용할 수 있다. 한 장당 가격은 1만3000~2만3000원으로 공적(公的) 마스크 가격의 9~15배에 달한다. 이런 고가(高價) 제품인데도 이 마스크와 필터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 매장에선 1명당 구매량을 제한했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본점에서 마스크 단독 매장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객 반응이 좋아 다음 달 1일부터 영등포점에서도 팝업 매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스크가 '방역 패션' 아이템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마스크는 미세 먼지·황사 시즌에 잠깐 쓰고 벗는 일회용 위생용품이거나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 정도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마스크가 남녀노소의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패션 업계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패션 업체들과 명품 브랜드들도 남들과 다른 마스크를 착용하려는 수요를 공략한 마스크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보건 마스크 품절난에 장당 10만원 안팎인 고가 패션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는 혼돈과 불안, 공포를 대변하는 현 시대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백화점이 서로 모셔가는 패션 마스크

국내에서 패션을 내세운 마스크 업체들이 본격 등장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미세 먼지 대유행을 배경으로 반항 정신, 종말의 이미지를 덧입은 마스크 패션이 2018년 국내외 패션쇼 무대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설립된 르 마스카는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말부터 코로나 특수를 맞고 있다. 성수기인 미세 먼지 철보다도 판매량이 10배 늘었다고 한다. 르 마스카 관계자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로부터 입점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공급을 제때 못 맞출 것 같아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며 "필터 생산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최대한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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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 화이트’가 출시한 순면 마스크들. 방진 기능이 없고 개당 가격이 약 12만원(95달러)인데도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오프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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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마스크 브랜드 '브리더수트'도 지난 1월 출시 이후 최근 주요 백화점 팝업 매장을 꿰찼다. 유명 남성 패션디자이너 김서룡이 제작에 참여한 제품으로, 필터를 교체해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지난 2월 말에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이달 중순까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단독 매장을 운영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정장에 어울리는 마스크, 야외 운동에 쓰고 가는 마스크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디자인의 마스크가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가 방역 패션의 완성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스포츠·명품 업계도 마스크 출시

스포츠·패션 업체들도 앞다퉈 마스크를 출시하고 있다. LF의 헤지스는 지난 26일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정식 제품으로 내놨다. 디자인과 색상에 따라 총 4가지 종류로, 1 세트 가격은 2만5000원이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도 이달 마스크를 정식 제품으로 선보였고, 아이더·까스텔바쟉 등도 교체용 필터가 들어간 보호용 마스크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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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또는 검은색뿐이던 마스크가 화려해졌다. 왼쪽과 가운데는 국내 업체인 ‘르 마스카’의 패션 마스크, 오른쪽은 스웨덴 업체 ‘에어리넘’의 마스크. /르 마스카·에어리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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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도 마스크 생산 대열에 가세했다. 이탈리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오프 화이트'는 이달 중순 마스크 8종을 출시했다. 가격이 12만원(95달러)이고, 방진 기능성 등이 없는 100% 순면 마스크인데도 문의가 많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마스크 '에어리넘'도 재고가 없다. 개당 6만~9만원대인 이 마스크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모든 제품이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고가 마케팅"이란 비판도

유통업계에서는 일회용 마스크 품귀 현상이 패션 마스크 인기에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규제로 판매량이 제한되는 의약외품 보건 마스크와 달리 패션 마스크는 일반 공산품으로 취급돼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필터를 갈아 쓰는 마스크의 가격대는 1만~5만원으로 일반 보건용 마스크보다 10배 안팎 비싸지만, 공적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패션 마스크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필터 교체, 세탁을 통해 오랜 시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패션업체들이 마스크 품귀 현상에 올라타 고가 제품을 선보이며 돈벌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당분간 일상 속에서 잘 어우러지는 마스크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마스크의 기능성, 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상품의 진화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방역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라면 패션 마스크라도 제품 설명과 효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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