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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가 진단키트 '사전승인' 했다더니… '잠정승인'으로 말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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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가짜뉴스 논란 일자 하루만에 슬쩍 다른표현 사용

테마주 주가만 하루종일 요동 "성과 홍보하려다 설익은 발표"

정부가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전(事前)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가짜 뉴스'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잠정(暫定) 승인'으로 슬쩍 말을 바꿨다. 정부의 부정확한 용어 사용과 섣부른 발표로 업계가 이미 홍역을 치른 뒤였다. 30일 '진단키트 테마주' 주가는 종일 요동쳤다.

외교부는 지난 29일 밤 10시쯤 자료를 내고 "우리 정부는 (지난 27일) 미국 측으로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미 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업체 3곳의 진단키트 제품이 '잠정 FDA 승인'을 받았다"며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국산 진단 키트 3개 제품의 FDA '사전 승인'이 이례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졌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자 '사전 승인'이란 표현을 '잠정 승인'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의료·진단 업체들은 '사전 승인'을 강조한 당초 외교부 발표에 대해 "미 FDA에 '사전 승인'이란 절차가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의아해했다. FDA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던 업체들도 "미 FDA나 외교부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외교가와 업계에선 "외교부가 정부 치적 홍보에 몰두한 나머지 가짜 뉴스 논란에 휘말렸다" "외교부가 (주식시장) 작전 세력이냐"는 말이 나왔다.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언론 브리핑을 자청, "지난 27일 미 측으로부터 '잠정 FDA 승인' 통보를 받은 뒤 국내 업체들에 알리기 전에 보도 자료부터 배포하는 바람에 벌어진 상황"이란 취지로 해명했다. '사전 승인'이란 엉터리 용어로 혼란을 자초한 데 대한 반성은 없었고, 언론 탓을 부각하며 "유감스럽다"고 했다.

'사전 승인' 표현을 철회한 데 대해선 "'사전'이든 '잠정'이든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며 "확실한 것은 이번 조치로 미 수출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계약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외교부가 지난 24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에 대한 후속 조치 성과를 서둘러 홍보하려다 '설익은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외교부가 지난 28일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국산 진단키트의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승인되도록 관심을 가지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결과로 평가된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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