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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성착취 박사방’ 들어간 닉네임 1만5천개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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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회원 인적사항 조사 중”

조주빈 휴대폰 잠금해제 관건

문 대통령 “TF 꾸려 대책 마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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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들의 닉네임 1만5천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0일 “박사방과 관련해 여러 자료를 수집한 결과, 현재까지 확보한 (대화방 참여자) 닉네임 개수는 중복된 경우를 제외하면 1만5천건이다. 이 닉네임을 갖고 인적 사항을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파악한 닉네임 1만5천개는 ‘박사’ 조주빈(24)씨가 지난해부터 몇달간 만들었다 폭파한 여러 방(그룹)들에 가입된 유·무료 회원 전원의 닉네임이다. 박사방은 ‘엔(n)번방’을 비롯해 텔레그램 성착취가 이뤄진 수백개 방들 중 일부다.

경찰은 조씨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9대 등 관련 디지털 증거 20점을 분석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미 분석이 완료된 휴대전화 7대는 사용이 중단된 것으로, 이 전화들에선 의미있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 2대는 아직 잠금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의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휴대전화 비밀번호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2대의 잠금이 풀리면 의미있는 자료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텔레그램 ‘박사방’ 이용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이 방의 닉네임과 대화를 갈무리해온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텔레그램의 ‘대화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여러개로 나뉜 박사방 그룹들의 메시지를 대부분 저장해온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대화에 참여한 회원들 가운데 중복되는 이름을 제외한 1만5천명의 닉네임을 추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0일 “텔레그램 닉네임은 임의로 변경 가능하고 중복해 사용할 수도 있으나, 사용자 식별 자료 중 비교적 확인이 가능한 것이 닉네임이므로 전체 가담자 수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방은 유료회원이 가입한 방(그룹) 3개를 포함해 8~9개로 추정되나 여러개의 방이 생성됐다 폭파되길 거듭해 정확한 수는 경찰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엔(n)번방’을 비롯한 파생방들이 수백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박사방과 1만5천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단체가 제시한 텔레그램 성착취방 회원 ‘26만명’은 이 수백개 방들에 가입된 회원 수를 추산한 것이다.

경찰은 추려낸 닉네임을 토대로 본격적인 가담자 신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텔레그램 본사 쪽의 협조가 없는 탓에 수사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 하나하나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만 조주빈씨는 주범이라 법망을 회피하려는 노력이 치밀했으나, 회원들은 그만큼 치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펼치지만 유료회원을 찾아내는 데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유료회원은 전자지갑이나 가상화폐 등을 통해 조씨에게 입금했을 것이므로 그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박사방 회원 추적을 위해 가상화폐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 매체가 윤 전 시장이 조씨에게 청탁성 뇌물을 건네는 등 범죄에 일부 가담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선 “아직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언론 보도와 피의자(조씨)의 진술이 다르다. 필요한 수사 상황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와 관련해 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는 물론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티에프(TF)를 구성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하고도 반인륜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종합적인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엄지원 이완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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