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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외교문서] 1989년 외교문서 일반에 공개…헝가리 수교과정 등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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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31일 일반에 외교문서 24만여쪽 공개 노태우 정부, 헝가리와 수교 위해 거액 차관 건네 일왕 방한 초청 검토·日 긍정…과거사 문제로 무산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 추진 과정에서 동유럽 국가와 수교하기 위해 차관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외교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0년 경과 외교문서 24만여쪽(1577권)을 원문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노태우 정부 시절 동유럽 국가와 국교 수립 사항,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 방한 사항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막전막후가 담겨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른바 '임수경 무단 방북 사건'과 관련한 문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 헝가리와 수교 위해 거액 차관 건네

아주경제

최호중 외무장관(오른쪽)과 호른 줄라 헝가리외무담당 국무비서(차관)가 1989년 2월1일 한·헝가리 수교 협정서에 서명하고 교환하는 모습.



노태우 정부는 88서울올림픽 이후 동유럽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쌓기 위해 적극 움직였다. 경제난을 겪던 동유럽 국가들 역시 한국과 경제협력을 위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 과정에서 차관 제공이 중요 조건이었다는 점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과 헝가리가 1988년 8월 12일 서명한 '합의 의사록' 6항에는 '양측은 상주대표부가 설치된 후에 양국 간 외교관계 수립에 의한 쌍무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적혀 있다.

7항에는 '양측은 대한민국이 8항 (a)호 (ⅴ)에 규정된 경제협력계획의 약속을 50% 이행했을 때에 6항에 언급된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합의했다'고 돼 있다.

8항은 경협에 대한 사항으로, (a)호에는 '한국 정부는 헝가리 측에게 미화 6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아래의 경제협력을 제공한다'고 적시됐다. 다섯 가지 지원 방안 가운데 맨 마지막인 (ⅴ)는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은행차관'이다.

즉, '한국이 헝가리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6억5000만 달러의 경협자금을 제공하고, 특히 약속한 은행차관의 절반인 1억2500만 달러를 헝가리에 제공한 뒤에야 수교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합의 의사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노태우 정부는 1988년 12월 14일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은행 차관 계약을 체결, 이듬해 2월 1일 헝가리와 수교했다.

다만 정부는 협상 전 작성한 보고서에서 헝가리의 경협 제공 요구에 응할 경우 '다른 국가와의 수교 및 경협 확대 시 동종 요구 가능성'이라고 우려했다.

이후 실제로 같은 해 11월 폴란드와 수교하면서 4억5000만 달러의 경협을 제공해야 했다.

◆일왕 방한 초청 검토·日 긍정…과거사 문제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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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 내외가 1990년 5월 방일 당시 숙소인 영빈관 앞뜰에서 베풀어진 환영식에서 아키히토 일왕 내외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옥숙 여사, 노태우 대통령, 아키히토 일본왕, 마사타 미치코 일왕부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태우 정부가 일왕(天皇·덴노)을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과정도 이번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정부는 1989년 6월 노태우 대통령의 다음해 방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의 방한도 고려했다.

일본에서도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같은 해 4월 우노 소스케 외무상은 최호중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한국 측 분위기가 성숙했다고 판단되면 일본 정부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키히토 일왕의) 최초의 해외 방문으로서 방한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사 청산 요구에 따른 국내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일본 역시 보수 우경화 흐름이 강해지면서 일왕 방한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현재는 임시 휴관 중이다.

외교문서 공개목록과 외교사료해제집 책자는 주요 연구기관 및 도서관 등에 배포된다.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박경은 kyungeun041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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