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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레어템 된 화장지에 미국선 티셔츠, 커피필터로 뒷처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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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 시각)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화장실 변기에는 화장지만 내려보낼 것을 요청드립니다. 물티슈 등 쓰레기통에 버려야하는 것들을 넣고 물 내리지 말아주세요.”

조선일보

미국 EPA가 30일(현지시각) 호소문을 발표했다. 트위터에는 그 내용을 짧게 공지했다. "뒷처리에 사용한 물티슈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변기 말고요."/미국 EPA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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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후반부터 수세식 변기 시스템을 도입한 화장실 문화 선진국 미국에서 난데없이 이런 성명이 나온 이유는 다름아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인 4명중 3명은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자가격리에 본격 돌입하기 전 미국인들은 생필품을 쟁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사재기가 심했던 품목은 다름아닌 화장지다. 코로나로 불안해진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뒷처리를 할 때 사용하는 두루마리 휴지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대형 마트 체인점인 코스트코는 물론,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도 화장지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백악관이 직접 화장지 사재기를 멈출 방안을 연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양의 생활 필수품을 쌓아놓지를 않기 바란다”고 당부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화장지 사재기는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화장지 쟁탈전에서 실패해 화장지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NBC 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오하이오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변기에 버리면 안되는 무언가’로 뒷처리를 하고 있다. 특히 자주 발견되는 화장지 대체재로는 티셔츠를 잘라 만든 천 조각, 행주, 키친타올, 물티슈, 커피필터 등이 있다. 두루마리 화장지는 물에 잘 녹도록 만들어졌지만 이 같은 대체 용품들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변기와 하수구가 막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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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레딩시에 30일 등장한 전광판. '변기물 내릴 땐 화장지만'이라고 적혀있다./레딩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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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대란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미국에서 가장 큰 배관업체 로토루터는 고객들에게 ‘변기 사용 규칙’이란 제목의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물티슈는 싸서 쓰레기통에 버려달라” “화장지가 없다면 미용 티슈를 사용해도 된다. 단, 소량만 가능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하이오 주의 환경국도 주민들에게 ‘아기용, 소독용을 포함한 모든 물티슈는 (물에 녹는다고 적혀있어도) 변기에 버리면 안 된다’고 공지했다.

EPA는 “이런 물품들을 버리면 공공 하수구와 가정용 정화조 시스템이 막힐 수 있다”며 “하수가 역류할 수 있고 고치는데 비싼 수리비가 든다”고 경고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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