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1년만에 국내 휘발유값 1200원대 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원유 증산경쟁 ◆

매일경제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31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 휘발유값이 ℓ당 1287원이라고 적혀 있다. 휘발유값이 ℓ당 1300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1년 만이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 유가 폭락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 놓인 국내 정유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외부 충격을 줄일 수 있을 만한 대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정유 4사 적자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정유사를 돕기 위해 원유 관세를 2개월간 유예한다는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유사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0일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ℓ당 1399원을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에 1300원대로 떨어졌다. 3월 넷째 주 정유사 휘발유 공급 가격 또한 전주 대비 60원 하락한 ℓ당 1276.5원을 기록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는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판매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 유가가 단기간에 빠르게 떨어지면 원유를 비싸게 들여온 뒤 싼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손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제품 가격도 함께 떨어지는 만큼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유를 비롯한 휘발유, 경유 등의 소비가 끊기면서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3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로 2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어쩔 수 없이 SK에너지는 이달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대폭 낮추기로 했으며, GS칼텍스는 여수 공장에 있는 정제시설 1기에 대한 정기 보수를 예정보다 앞당겨 3월 중순부터 진행하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향후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유가 국내에 도착했을 때 가격으로 산유국과 거래하는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방법 외에 딱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유가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인해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 적자 폭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 27일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매기는 관세를 향후 두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국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원유 가격의 3%에 달하는 관세를 내고 있다. 비산유국 중 원유를 도입할 때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가 1년에 납부하는 관세는 1조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두 달 관세 유예로 국내 정유 4사는 1600억원 정도 자금에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제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면세를 비롯해 관세 면제 등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시적 관세 면제와 같은 정책이 아니고서는 지금 정유사들에 닥친 위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